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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Nov 25. 2024

여기는 이미 겨울 왕국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눈으로 이곳 에드먼턴은 이미 겨울 왕국이 되었다. 


15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들 중 한 가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눈이 오는 풍광은 여전히 아름답다. 


15년 동안 변한 게 있다면 

그때는 춥고 어둡고 길 미끄러운 긴긴 겨울 동안 딱히 즐길 게 없었다면

이젠 점점 겨울을 즐기는 나름의 취미생활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크로스 컨츄리 스키를 타는 것이다. 


기침감기가 심하게 걸려 멀리 나가진 못해도

일요일 아침 남편과 함께 스키를 신고 동네 산책에 나선다. 

부츠를 신고 걷는 것보다 스키를 타고 미끄러지듯 동네 한 바퀴는 도는 것이 더 재미있고 쉽다. 



이곳에 사는 현지인들이 긴긴 겨울을 나는 방식은 두 가지인 것 같다.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 

(아마 5%도 안 되는 것 같다) 

vs.  

이곳 겨울왕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6개월 내내 툴툴 거리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다)  


눈이 많이 와서 스키 트랙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모인 페북 그룹들의 주말 포스팅. 폭설이 오기를 눈빠지게 기다리는 멤버들, 나도 그 그룹들에 가입되어 있다.


목요일 새벽이다. 눈이 조금 오기 시작했을 때 출근전 남편의 쌍삽 셔블링이 시작된걸 보니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다.


업무시간에 우리 빌딩에서 내려다 보이는 다운타운 쪽 풍경이다. 여름이면 빅토리아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지만, 겨울이면 저 골프장에 스키트랙을 시티에서 닦아 놓는다.


11월부터 시작해 6개월이 겨울인 윈터 원더랜드인 에드먼턴

이곳에서 겨울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우리는 나름 취미들을 만들어 간다. 

 

은퇴하면 나는 철새가 되고 싶다. 

봄 여름 가을엔 로키를 날아다니는 하이커

겨울엔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철새


나는 여전히 이곳의 긴긴 겨울이 싫다.  

겨울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왕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6개월 내내 툴툴 거리는 사람들 중 하나다.



여보, 우리 아프지 말고 이번 겨울도 무사히 잘 지내자... 그리고 이어지는 이번주 날씨 예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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