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눈으로 이곳 에드먼턴은 이미 겨울 왕국이 되었다.
15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들 중 한 가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눈이 오는 풍광은 여전히 아름답다.
15년 동안 변한 게 있다면
그때는 춥고 어둡고 길 미끄러운 긴긴 겨울 동안 딱히 즐길 게 없었다면
이젠 점점 겨울을 즐기는 나름의 취미생활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크로스 컨츄리 스키를 타는 것이다.
기침감기가 심하게 걸려 멀리 나가진 못해도
일요일 아침 남편과 함께 스키를 신고 동네 산책에 나선다.
부츠를 신고 걷는 것보다 스키를 타고 미끄러지듯 동네 한 바퀴는 도는 것이 더 재미있고 쉽다.
이곳에 사는 현지인들이 긴긴 겨울을 나는 방식은 두 가지인 것 같다.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
(아마 5%도 안 되는 것 같다)
vs.
이곳 겨울왕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6개월 내내 툴툴 거리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다)
11월부터 시작해 6개월이 겨울인 윈터 원더랜드인 에드먼턴
이곳에서 겨울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우리는 나름 취미들을 만들어 간다.
은퇴하면 나는 철새가 되고 싶다.
봄 여름 가을엔 로키를 날아다니는 하이커
겨울엔 따뜻한 남쪽 나라로 향하는 철새
나는 여전히 이곳의 긴긴 겨울이 싫다.
겨울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겨울왕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6개월 내내 툴툴 거리는 사람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