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9년 동안 나는 김치를 한 번도 담가본 적이 없었다. 맞벌이하며 애 키우고 바쁘게 사는 딸, 며느리를 위해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때가 되면 맛있는 김치를 한통씩 담가서 택배로 보내주셨다. 그 속에 담긴 그분들의 정성도 애쓰심도 알지 못했고 오래돼서 맛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버리기까지 했었다.
먼 이곳에 이민온 후, 왜 그렇게 김치가 먹고 싶은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 했던가.
우리의 첫 김치는 배추 3통을 사서 친정엄마와 인터넷 레시피를 짬뽕하여 탄생되었다. 맛이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그 이후 우리는 두 달에 한 번씩은 배추를 한 박스씩 사서 김치를 담근다. 막 담근 생김치(생지-우리 동네 말)에 깨를 잔뜩 뿌려 뜨거운 흰밥에 호호 불어가며 먹을 때면 이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또 익힌 김치로 만드는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스팸김치덮밥은 아들의 최애 음식들이다.
이제 이곳에 온 지도 만 14년, 우리는 이제 김치 담그는 선수가 되었다. 남편은 주방보조에서 라인쿡으로 승격되었다. 남편은 힘쓰는 일을 주로 담당한다. 배추 상자를 나르고, 배추를 쪼개고, 무채를 썰고, 내가 김치를 비빌 때 양념 묻지 않은 손으로 파트너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낸다. 나는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비빈다. 막담은 생김치는 깨를 솔솔 뿌려 주변 이웃들에게 맛보시게 조금씩 배달을 해주면 우리의 김치 담그기는 끝이 난다.
그간 우리가 만든 배추김치는 대외적으로 꽤 인정을 받아왔지만 깍두기는 담글 때마다 실패를 반복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주방에 혁명을 일으키신 백 선생님 레시피를 최근에 그대로 따라서 했더니 사각사각 너무 맛있는 깍두기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한국 식품점에서 사 온 뉴슈가가 키포인트였다.
밴쿠버 이모님에게 받아온 물김치 레시피, 이모님의 물김치는 다시 국물을 사용하고, 정확한 계량이 원칙이다. 이제 우리 집은 이곳 물김치 맛집도 되었다. 가끔 세일하는 파를 보면 잔뜩 사와 파김치도 담는다.
주말에 들른 h-mart, 어머나 제주무가 먼 곳까지 왔다. 어떻게 이곳까지. 이곳까지 날아온 것도 기특한데 가격까지 착하다. 당장 한 박스 사서 깍두기며, 물김치며, 또 신문에 돌돌 말아 몇 개는 냉장고에 보관하며 무생채며 국을 끓였다. 역시 우리 것이여. 속이 단단하고 달고 역시 맛있다.
제주무, 먼 이곳까지 와줘서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