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바빠도
이렇게 정신이 없을 수 있을까.
요즘은 문득 생각한다
나, 혹시 성인 ADHD 아닐까.
이 일을 하려 하면 저 일이 떠오르고,
저 일을 하려 하면 또 다른 일이 툭 튀어나온다.
모든 게 time-sensitive.
그러니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나만 이런 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세 사람 모두
자기 역량 이상으로 버티고 있다.
그중 나는... 그래도 제일 나은 편이다.
투덜거릴 겨를도 없이
그냥 닥치고 나는 "Just do it" 모드로
다른 동료들은 "Just survive it" 모드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점심시간엔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새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지킨 지 벌써 2주째.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운동 가방을 둘러메고 나섰다.
고작 25분의 운동.
하지만 그 짧은 25분이
오후의 나를 버티게 해 줬다.
보스와의 1대1 미팅.
보스도 정신이 없는데
가닥을 잡아 줘야 할 내가 자리를 비우니
보스도 불안한가 보다.
대화 중에 살짝 묻어난 짜증.
평소 같았으면 속으로 “으악” 하고 소리쳤을 텐데.
오늘은 그냥 "어으"
“내일만 버티면 멕시코다…”
브하그란 S. 라즈니쉬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당신에게 세 가지의 유익함을 줄 것이다.
첫째는 세상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는 집에 대한 애정이고
셋째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이번 멕시코 여행은
나에게 세 가지의 유익함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첫째는 남편도 생각보다 꽤 괜찮은 여행 동반자라는 깨달음.
둘째는 "Just survive it" 모드로 버티고 있을 동료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사무실에 대한 애정의 회복.
셋째는 여행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치 않음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게 내 영혼은
이미 선크림을 바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