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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자락 그리고 돼지 국밥

by 실비아

한국은 가을의 초입

이곳 앨버타는 가을의 끝자락


노란 양탄자 깔린 산책로

파란 하늘아래

더 노오란 빛을 쏟아 내는 나뭇잎

작년 이 길엔

돌돌이의 발자국이 있었다.


땡스기빙 가족 모임

풍성한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 귀한 위스키, 그리고 웃음들

스물세 명이 모였지만

아픈 한 사람의 빈자리가

유난히 컸다.


스물다섯 해를 버텨준 지붕

보험사의 압박에

거금을 들여 새로 얹으니

앞으로 서른 해는 끄떡없어 보이지만

남편의 지붕은

고혈압 약 부작용으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풍성한 계절

풍성하기만 하면 좋을 텐데


그래도 헐렁한 지붕의 남편과

노란 양탄자위를 걸을 수 있고

스물세 명이 모여서 함께 웃을 수 있음을

감사한다.


그리고 그 아 한 사람을 위해

돼지국밥을 사다가

문 앞에 두었다.


저녁 식사 후, 남편과 함께 노란 양탄자위를 걸으며 오늘도 돌돌이 이름을 불러 보았다. 가을빛이 물드는 우리 집, 머리까지 새로 하니 한결 예쁘다.


추수감사절 가족 모임, 국순당 막걸리만 판매되었었는데 최근에 지평 막걸리가 이곳 에드먼턴에도 들어왔다. 어찌나 맛있던지...


지붕 헐렁한 남편과 가을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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