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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Jan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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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주말이 가기 전에 나도 글을 하나 써야 하는데 고민 중이었다.

카톡~ 남편이 이미지를 하나 보냈는데 너무 공감이 다.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캐나다에서 나의 집은 어떻게 보여지는가?



<Buyer>

5년 전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한 달 정도 market에 내놓았는데 오퍼를 하나도 받지 못한 초한 상황, 드디어 관심 있어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낮은 가격에 집을 사기 위해 buyer는 가격을 확 낮춰 오퍼를 들이밀었고,  서로의 counter 오퍼가 여러 번 오가며 다행히 딜이 성사되었다. 키를 건네주는 closing date까지 buyer는 가격을 깎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 5000달러를 깎기 위해 키를 주고 돈이 넘어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트집을 잡았다. 우리도 짜증이 났지만 우리 쪽 변호사도 짜증이 났다. 변호사에게 전화가 와서 딜을 깨버릴 생각이 있는지 우리에게 물었다. "예~" 우리의 확답에 변호사는 그쪽의 요구를 거부했고, 우리의 확고한 마음을 안 buyer는 결국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을 접고 계약은 마무리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3가지 일을 꼽으라면 나에게는 출산, 캐나다 정착 첫 1년, 집 팔기이다.


<Bank loan>

현금을 100프로 주고 집을 살 수 있으면 참 바람직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은행 융자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이 다반사다. 은행에서는 융자를 내 주기 전에 우리 집 가치를 나름대로 그들이 세운 기준에 맞춰 평가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매기는 우리 집의 가치는 아주 헐값이다.


<Insurance evaluation>

일 년에 한 번씩 지불하는 집보험이 여기에서는 상당한 금액이다. 한국에서는 없었던 것 같은데 (있었더라도 큰 금액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 년에 한 번씩 차보험과 함께 나오는 집보험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된다. 요즘 기상이변으로 자연재해가 많이 늘었고 집을 짓는 자잿값이 상승했다며 작년보다 40프로 인상된 집보험 산정액이 이번주 날아왔다. 그리고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여름 한 번씩 오는 소나기가 너무 무섭게 쏟아져 내리고 우박으로도 떨어질 때가 많아 지붕이 망가지지는 않는지 창문으로 또 지하로 물이 새지는 않는지 염려가 될 때가 많다. 보험회사가 보는 우리 집은 언제 어떻게 망가질지 모르는 불안한 골칫덩어리다.  


<Municiple government>

한국에서 재산세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더라도 부과되는 재산세는 맞벌이 부부의 월급에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던 금액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곳 캐나다에서 재산세는 municiple government (에드먼턴 시)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 시의 일년 예산을 편성하고 그 예산에 맞춰 재산세를 높여 에드먼턴시의 재원을 조달한다. 올 2024년 부과된 우리 집 재산세 산정액이 통지되었는데 우리는 올해 8000달러의 재산세를 내야 한다. 자기들 마음대로 우리 집의 property value를 올려놓고 재산세를 매년 올린다. 사실 이 집을 팔 때에는 우리는 절대 그 가격을 받을 수가 없다. 지방 자치 정부에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보는 우리집은 럭셔리 대저택이다.  


어쩌다 계획에 없이 돈 돈 돈 얘기로 주말 저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우리 집은>

나에게 우리 집은 영하 60도의 추위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여름이면 뒷마당 나무의 시원한 그늘 아래 새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며 참 쉼과 행복을 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누가 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우리 집이지만, 우리 집은 나에게 또 우리 가족에게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남편의 바지런함 없이는 절대 유지될 수 없는 공간이다.


8월이 되어 찬바람이 살짝 느껴질 때쯤 만발하는 저 노란 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5월부터 9월에 이르는 짧은 또 짧아서 너무 소중한 봄 여름, 뒷마당 여기저기에서 순차적으로 예쁜 꽃들이 올라온다.


봄날, 가장 먼저 하얀 꽃을 피우는 우리 집 사과나무다.


한여름의 꽃들이 지면 이젠 나무들이 가을을 알려준다.
화창한 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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