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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아빠 May 10. 2021

인생 첫 10km

지금으로부터 어언 15년전,  2005년.  

기억에 의존하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군대에 입대하기 전 내 몸무게는 70키로 초반이었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마른 사람이 서 있다. 참 말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군대에서는 규칙적인 생활도 하고, 아침마다 3키로 구보도 하고, 젊기에 몸이 가장 건강한 시절이었다.

70키로 초반대의 몸무게는 2010년 취업을 하기 전까지 어느정도 유지를 했다.

2021년 현재 체중계에 찍히는 몸무게는 90키로를 넘었다


중견기업 재무회계팀에서 5년정도 근무를 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냈고, 차를 사고난 후 부터는 걷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거기에 더해 가장 심각했던건, 폭식과, 폭음이었다.

나는 외동 아들이다. 형제가 있어서 어린 시절 먹는걸로 목숨 건 전투을 한 적도 없었는데,

성향이 타고난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식탐이 있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음식이 목으로 넘어오기 직전까지 먹는게 습관이 되었다.

거기에 더해 음주도, 원래 주량은 1~1.5병이었는데 회식이다 친목이다 하며 자주 마시다 보니, 이제는 2병을 먹어도 취하는 기분이 잘 들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안좋은 습관으로 몇년을 살아보니 어느덧 내 몸무게는 충격적인 90키로가 넘게 되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몸이 무거워져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전에는 못 느꼈던 조금은 이상한 증상들이 몸에 나타났다. 아주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찼고, 자주 발목과 무릎이 아파왔다. 소화능력도 예전과는 달리 폭풍소화가 아니고 얹히는 경우가 종종 생겼고,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볼때도 어릴적의 쾌변의 느낌을 느낀적이 거의 없었다.


조금씩 몸의 이상을 알게 되면서 ‘계속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운동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되었고, 우연히 유튜브에서 5km달리기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거다! 싶은 마음에 바로 당일부터 조금씩 달리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km정도를 달렸는데,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리는 방법을 몰라 힘이 들었다.

‘와 이 힘들걸 앞으로 계속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 했지만,

'한번 시작한거 최소한 일주일은 해보자' 라는 생각에,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게 결코 쉽지는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엄청난 유혹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내 앞에 나타났다.

‘아우 오늘 너무 힘든데,그냥 조금 더 잘까?’ 유혹이 너무도 달콤해서 하마터면 넘어갈 뻔한 적도 많았지만, 매일 매일 몸을 일으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서 달렸다.

4km, 5km, 5.5km, 6km 이런식으로 아주 조금씩 거리를 늘리며 달렸다. 속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속도를 신경 쓰며 달릴 정도의 실력은 없었다. 그냥 꾸준하게 달리자는 생각만 했다.


10일정도 했을까? 이제는 달리러 나가는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달리고 난 후의 개운함에 아침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어느정도 습관이 된 거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그리고 대망의 2021년 3월 14일

치팅데이라는 핑계로 전 날 과음,과식을 해서 평소처럼 새벽달리기를 할 수 없었다.

휴일이라 아침 늦게까지 충분히 잠을 자 전날의 숙취는 다 사라졌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오전 10시 정도, 해가 뜨거워지기 전이었고 상쾌한 기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무리하지 않으며 거리를 정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웜업으로 1km 쯤 달렸을때, 문득 ‘오늘은 10km를 달려볼까’ 라는생각을 했다.

10km달리기. 말이야 쉽지 한번 해본적도 없었고,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꿈도 꾸지 못했던 거리였다.

성공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천천히 달려보자는 생각만 했다.

페이스를 조금 늦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렸더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중반 5km지점을 넘었다.

‘이거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잠시 후 엄청난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7km,8km 를 넘어서니 그동안은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엉덩이와 허벅지의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5km 달리기와 10km 달리기는 완전 다른 거구나 싶었고, 조금 더 페이스를 늦춰서 끝까지만 달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없이 앞만 보며 달렸고,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결국 살면서 처음으로 10km달리기를 성공했다.

손목의 스마트밴드에서 10km의 알림이 귀에 들렸을때 그 기분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이 뿌듯하고 기뻤다. 내가 10km를 달리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얼마전까지만 해도 절대 불가능 할거라 생각했는데, 꾸준하게 천천히 조금씩 달리다 보니 달릴 수 있구나. 그런 생각에 어떤  알수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달리기가 아닌 다른 일도 어쩌면 꾸준히 천천히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달리기는 나에게 모든 면에서 아주 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앞으로 달리기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갖자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성공을 스스로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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