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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아빠 May 03. 2021

경이로왔던 2015년 2월의 어느날

2015년 2월 27일 오후 5시 41분

2.78kg ,47cm

우리의 보물이 세상에 태어났다.


아침 8시, 와이프와 나는 전날 챙겨놓은 가방을 챙겨 병원을 향했다.

겨울의 끝자락에 아직 아침 날씨는 쌀쌀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 나는 속으로 매우 긴장을 하였지만 와이프가 나보다 백배 아니 천배, 만배 그 이상으로 긴장되고 두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겉으로 나의 긴장을 티 내지 않았다.

전날 인터넷에서 검색한 유도분만에 대한, 그리고 출산에 대한 내용의 짧은 정보를 나만 아는 정보인양 알려주었다.

“너무 걱정마. 별로 아프지 않을거야. 유도분만하면 금방 나온데.”

10개월 동안 와이프는 얼마나 많이 검색해보고, 출산의 선배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을까. “내가 그걸 모르겠냐!” 와이프는 긴장된 말투로 나에게 말을 했다.

와이프의 이렇게 긴장한 모습은 결혼식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몇가지 검사를 하고 와이프는 병실로 향했다. 유도분만 주사를 맞으며, 출산준비를 하고 있는 와이프를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10개월간 자궁무력증으로 고생한걸 알기에 괜시리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부터 와이프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TV에서나 보던 진통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진통의 와중에 백번 천번 와이프의 귀에다 대고 말한다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괜찮아 조금만 참아, 금방 나올꺼야” 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와이프의 진통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 오후 2시부터 대략 3시간은 내 인생에 가장 초조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그렇게 3시간이 길게 느껴지는건 처음이었다.

중간에 진통을 이기지 못해 무통주사도 두어번 맞고, 간호사는 수시로 병실로 들어와 와이프의 상태를 확인했다. 간호사가 올 때마다 나는 와이프에 상태에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간호사는 괜찮다고,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초조하고 두렵고 기대되는 시간이 지나고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간호사의 호출에 담당의사가 들어왔다.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와 와이프의 출산 전투를 치른 후인 5시 41분,

우리의 소중한 보물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렇게 길고 긴 10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세상에 태어난 우리 소중한 보물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에서 뜨거운 물이 흘렀다. 아마도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아쉽게도 내 어휘력이 너무도 부족하다.

아니, 내 어휘력이 국어대사전만큼  숙달,노련하였어도 아마 그 감정은 결코 말로 표현 못했을 것 같다.



2.7kg의 조금은 가볍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47cm 의 작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아빠의 주먹보다 더 작은 머리의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해.

아빠,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너의 탄생은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큰 축복이자 선물이란다.

항상 행복하게 해줄께. 언제나 사랑해줄께.

함께 살며 간혹 서로 실망하거나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그런 실망감과 서운함도

모두 소중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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