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은 나
밖에는 비가 쉼 없이 내리고, 눈 앞에는 불꺼진 매장의 을씨년스러움이 가득하다.
5월의 날씨 치고는 약간의 쌀쌀함이, 챙기지 못한 봄 잠바에 대한 후회을 들게 하고,, 귀에는 여러대의 냉장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어쩌면 조금은 외로운 느낌이지만, 저 앞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공유와, 가수 아이유가 있기에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비록 포스터지만.
가끔은 이런 고요함이 좋다. 오롯이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글쓰기와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가방에서 나의 유일한 사치품이자 애장품인 아이패드미니를 꺼내 테이블위에 올려놓는다. 오늘은 쓰는 날이다.
로지텍사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아이패드미니와 연결하고 브런치의 글쓰기 버튼을 터치한다.
쓰기 실력은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쓸 때의 그 희열감이 참 좋다. 희열감이 있다. 유희열.
소설을 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써야할지 막막함을 느끼며, 그냥 아무 단어, 문장을 써 내려간다.
누군가가 읽어주기보다는, 내 자신의 힐링이 글쓰기의 더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혹시 누군가 읽어준다면, 그건 와이프와 우리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내면에 있는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선정적인 주제의 글은 될 수 있으면 쓰지 않으려 한다.
다들 쉬는 일요일임에도 매장에 나와 있는 나를 돌아보면, 가끔은 이 직업을 택한 결정에 후회할 때도 있지만,
누군가의 회중시계 속 수많은 부품 중 작은 톱니바퀴로 사는 삶보다는,
비록 배고플 때 울리는 배꼽시계일지라도 내가 내 능력으로 사는 삶을 더 좋아한다.
지금 막 경쾌하고 밝은, 하루에도 100번도 더 듣고 싶은 소리.
하도 생각을 해서인지 꿈에서도 들리는 반가운 소리.
“띵동~ 배달의 ㅇㅇ 주문!” 소리가 들린다.
다시 치열하고 싶은 일터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