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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아빠 Jul 11. 2021

시골집 풍경

토요일 저녁 짐을 싸서 정운이와 시골에 간다. 나에게 있어 시골집은 작은 힐링을 주는 차분한 공간이다. 정운이는 아빠 없이는 시골에  가지 않으려 한다. 덕분에 와이프에게 정운이 핑계를 대고 시골집에 자주   있어서 좋다.


어머니에게는 아들인 내가 모르는 어떤 로망이 있었나 보다. 몇 해  홍성의 어느 조용한 시골마을에 아담한 집을 얻으셨다. 당신들께서 은퇴 후 노후는 이곳에서 보낼 거라며. 홍성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기에 의아했지만 어머니의 선택을 존중하기에 따른다. 요즘은 세컨하우스로 시골집을 이용 중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주말을 대부분 홍성에서 보낸다.


 10시가   무렵 시골집에 도착하면 정운이는  차에서 잠이 들어있다.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해 노느라 피곤하겠지 생각하며 조심스레 정운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간다. 주중에는 집이 비어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낯선 느낌이 들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편안해진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일을 마치고 자정이  때쯤 오신다. 그때까지는 고요의 시간이다. 워낙 시골이기도 하고 어르신들만 계신 동네라 얼마 안 되는 집들 대부분 해가 떨어지면  집안의 불이 꺼진다. 주변에 가로등도 없어 마당에 나가면 시골집에서 나오는 형광등 불빛과 하늘에서 떨어지는 달빛, 별빛이 전부다. 시골의 하늘은 도시의 하늘과 다르다. 가만히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귀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고 눈에는  수도 없는 많은 별이 너무나 밝고 영롱하게 떠있다.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분위기. 이래서 시골이 좋다.


자정이 조금 지날 무렵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신다. 어떤 무언의 약속처럼 집에 들어이는 아버지의 손에는  치킨 아니면 족발이 들려있다.

약간의 음주를 곁들인 결코 가볍지 않은 야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일요일 아침 7시. 자연스레 눈이 떠진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아무래도 바뀐 잠자리의 영향이 큰 거 같다. 정운이는 기분이 좋은지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애교 넘치는 재롱잔치를 연다. 7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는 곧잘 4살로 변한다.


아침을 먹고 마당으로 나간다. 넓지 않고 아담한 마당이지만 없는 거 없이  있다. 창고, 수도, 화단, 베란다까지. 마당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뙤약볕의 한여름 낮에는 행여나 손자의 살이 탈까 할아버지는 땀을 흘리며 타프를 친다. 곧 타프 밑에는 작은 수영장이 생기고 정운이는 자기만의 공간인 작은 수영장에서 있는 힘껏 물놀이를 한다.


시골집 화단은 작은 식물원이다. 띄엄띄엄 있는 화단을  더해도 10도 안 되는 작은 화단.

그곳에는 광합성통해 생존해내는 여러 식물들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방울토마토, 상추, 고추, 깻잎.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무럭무럭 자라나는 식물들.

기특함과 알 수 없는 반성을 하게 된다.

퇴비를 적당히 뿌려주고 씨앗을 심었을 뿐인데 스스로  자란다. 그중에서도 상추는 놀랄 정도로 빨리 자란다. 덕분에 시골에 갈 때마다 상추는 항상 반찬으로 나온다.


소소하고 별거 없는 시골의 풍경.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들이, 정운이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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