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쯤이었던것 같다.
계절은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출근을 해서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에어컨이 두 대나 있었지만 둘 다 홀에만 있었기에 주방에서 장사 준비를 하는 나에게는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고, 불쾌지수를 한없이 올려주는 무더움을 해결할 방법은 차가운 얼음물과 홀의 시원함을 아주 조금이나마 주방으로 보내주는 선풍기 한대뿐이었다.
이 날도 시원한 얼음물과 약간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끈적이는 땀과 함께 부지런하게 장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 들지 않는 가위를 열심히 갈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우리 가족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치킨의 원재료가 되는 닭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부터 블루투스이어폰을 사용하기 시작했기에 닭 손질의 시간은 꽤나 유쾌한 일이었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일을 하고 있을 때 벨소리가 들렸다.
사람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육감 같은 게 있다는 사실을 그 날 나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액정에 표시된 보물1호라는 4글자. 아내의 이름대신 저장해놓은 보물1호라는 애칭이 그 날은 조금 걱정스럽게 보였다. ‘별일 아니겠지’ 라며 애써 위안을 하고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육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내는 너무나도 놀란 마음이 아직 제대로 진정이 되지 않은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어떡해. 정운이 다쳤어…….”
눈물 섞인 말투에 한 번에 정확한 문장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띄엄띄엄 들리는 단어, 아내의 목소리와 분위기만으로도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어디야. 지금 바로 갈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아내는 잠시 숨을 고르며, 지금 ㅇㅇ병원 응급실이라고 했다.
“기다려. 금빈가”
그 뒤로 ㅇㅇ병원까지의 기억은 스냅사진처럼 순간순간의 이미지로만 기억이 난다.
전화를 끊고, 차키를 챙기고 시동을 걸었다. 브레이크를 몇 번 밟지 않은 것 같았고, 곧 병원에 도착했다. 나는 병원까지 데려다 준건 차였지만 내 심장은 100미터 전력질주를 하듯이 빠르게 뛰었고, 정확한 상황을 알지는 못했지만 ‘제발’ 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되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위험한 행위였지만, 그때는 그런 걸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응급실 앞에는 아내와 처제가 서 있었다. 정운이가 아내 앞에 곤히 안겨 있는 걸로 봐서는 큰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아내의 표정도 아까의 전화 상황과는 달리 차분한 상태였다.
“괜찮아? 무슨 일인데!”
별 일 아닌 건 알았지만 그 일의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실수로 넘어 졌는데, 정운이를 앞으로 아기띠를 맨 상태로 안고 있다가 넘어져서..”
아내는 자신이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 마냥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부 괜찮아요. 언니가 마트에서 나오다가 턱에 걸려 넘어졌는데 다행히 크게 넘어지지는 않았어요. 정운이 입술이랑 턱이랑 조금 까지기만 했어요.”
나의 다급한 목소리와 아내의 풀이 죽은 목소리에 처제는 괜찮다는 듯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다행이네, 진짜 다행이다. 여보는 어때 괜찮아? 여보는 안 다쳤어?”
“언니도 넘어지면서 팔로 정운이 안 다치게 버티다가 조금 까지기는 했는데 괜찮아요.”
괜찮냐는 나의 물음과, 괜찮다는 처제의 대답에 아내는 꾹 막고 있던 눈물이 터졌는지, 소리를 내며 한동안 울었다.
정운이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아이를 크게 다치게 할 뻔 했다는 죄책감을 꾹 누르고 있다가 나의 괜찮냐는 안 다쳤냐는 말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그 마음들이 솟구쳐 나온 것 같았다.
나는 아내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