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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13. 2023

(59) 2차 주파수 경매 종료, 누가 웃었을까

14부. LTE-A 패러다임 전환

미래창조과학부의 주파수 할당 계획 통보. 정부는 1.8GHz 인접대역을 둘러싸고 담합이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KT는 경쟁사 담합을 끝까지 우려했다. 인접대역 할당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힘을 모아 저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T의 우려는 다른 양사도 마찬가지였다. 과열경쟁을 조장하는 방안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업계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1차 주파수 경매를 통해 치킨게임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1조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게임이 종료되기는 했으나 이번만큼은 1조원을 넘어 2조원에 가까운 경매 낙찰가가 나올 것이라 조심스러워 했다. 주파수 경매 대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에 따르는 요금 인상을 걱정해야 하고,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렇게까지 과열될까 안심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업계의 우려 때문인지 미래부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2013년 7월 9일 윤종록 미래부 2차관은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관련 브리핑에 나서 “100미터 달리기에 비유하면,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내고 경기에 참여하는데, 선수들의 출발선이 다르게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출발선 보다 앞에서 출발하는 선수에게는 뒤에 있는 선수보다 더 많은 참가비를 내도록 하고, 또한 중간에 허들을 마련하여 공정성을 보완하도록 경기의 규칙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1)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이 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기자실에서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부]

공정한 규칙을 만들었다는 해명이 있기는 했으나 궁극적으로는 주파수 경매 계획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미래부가 완고하게 나오자 KT는 아예 경매 불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KT 사장급, 부문장급 임원들이 7월 25일 KT 서초사옥에 모여 1.8GHz 인접대역 주파수 할당안 전략 수립회의를 개최했다.2) 논의 수준이기는 하나 참가 접수 마감일 전까지 입장을 정하자는 모임이었다.


KT의 지속적인 의심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7월 31일 개최된 LTE-A 핵심 서비스 출시 간담회장에서 “SK텔레콤과 주파수 경매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3)


결국 미래부는 한발 양보했다. 이통3사의 여러 요청을 반영해 기본입찰증분은 1차 주파수 경매 1%보다는 낮은 수준인 0.75%로 확정했다. 과열경쟁을 통한 천문학적 낙찰가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KT 인접대역에 대한 조건도 부여했다. KT가 만약 할당을 받는다면, 할당 직후부터 수도권은 2014년 3월부터, 광역시는 7월부터 전국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조건을 걸었다.


[사진=미래부]

2차 주파수 경매 시작…숨 가뿐 렐리


업계간 또는 정부와 이견이 계속되고,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 갔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2013년 8월 19일. 마침내 이통3사가 주파수 경매를 위해 2년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이른 오전부터 이통사 주파수 담당 임원급 대표 1명과 실무자 2명이 각각 자리했다.4)


가장 먼저 TTA에 출석한 박형일 LG유플러스 CR전략실 사업협력담당(상무)는 최선을 다하겠으며, 담합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다음으로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상무)가 문을 열었다. 그는 모든 경매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분석해 차분하고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석수 KT 경쟁담당정책 상무가 열린 문을 닫았다. 이 상무는 여전히 담합 우려가 있고 회수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자리를 떠났다.


1차 주파수 경매의 경우 통신기능이 제외된 휴대폰과 노트북만 가져갈 수 있었지만 2차부터는 팩스가 허용됐다. 동시오름입찰은 이통3사에게 30분씩 부여됐다. 밀봉입찰은 4시간, 재경매는 1시간 사용이 가능했다. 공정경쟁 유도를 위한 경매관리반이 설치된 때도 이때부터다.


채택된 4안은 꽤 복잡했다. 1차 주파수 경매를 보완하다보니 2차 주파수 경매는 더더욱 복잡해진 조건들로 채워졌다.


우선 밴드플랜에 따라 주파수 매물이 바뀐다. 2개의 밴드플랜으로 구분된다. 공통적으로 A블록(2.6GHz 주파수 40MHz 대역폭)과 B블록(2.6GHz 주파수 40MHz 대역폭)이 설정됐다.


밴드플랜1은 KT 인접대역이 제외된다. C1블록(1.8GHz 주파수 35MHz대역폭)만이 추가된다. 다만 C1 블록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을 걸었다. 이 대역은 LG유플러스만이 가져갈 수 있다.


밴드플랜2는 C1블록과 동일하지만 승자플랜을 결정해야 하기에 C2블록으로 명명했다. KT 인접대역은 D블록(1.8GHz 주파수 15MHz대역폭)으로 포함됐다. 밴드플랜1과는 달리 모두가 이 대역을 노릴 수 있다.


최저경쟁가격은 A와 B블록은 4천788억원, C1(C2)블록은 6천738억원, D블록은 2천888억원으로 책정됐다.


1차 주파수 경매 시 제한이 없어 과열양상을 보였던 동시오름입찰 방식에 조건이 붙었다. 50라운드까지만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대신 51라운드에 밀봉입찰을 추가해 경매가 끝나도록 했다. 이를 동시오름과 밀봉이 결합됐다고 해 '혼합방식'이라 불렀다. 최소입찰증분도 1%에서 0.75%로 낮췄다.


밴드플랜 방식이기 때문에 연속 패자가 등장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패자가 3인 이상인 경우 연속으로 패자가 되면 입찰증분을 2%로 가중했다. 그 다음 라운드부터는 3%로 하되, 상황이 종료되면 본래 기본입찰증분인 0.75%로 내리는 방식이 채택됐다.


경매방식 자체가 복잡했기 때문에 경매진행 과정 역시 엎치락뒤치락 했다. 경매 초기에는 밴드플랜1이 힘을 얻었으나 3일차부터 밴드플랜2로 승기가 넘어오기도 했다. 경매 6일차에는 밴드플랜1로 넘어왔지만 결국에는 밴드플랜2로 교체됐다.


경매 과열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매는 끝없이 계속됐다. 그 결과 마지노선으로 정해진 50 라운드까지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2013년 8월 29일 동시오름입찰 47라운드까지 끝나지 않은 경매는 30일 최종 낙찰일을 맞이했다. 30일 동시오름입찰 3라운드를 모두 끝낸 후 밀봉입찰에 돌입했다.5) 오후 2시30분께 각 담당자들이 입찰가를 적어낸 마지막 카드를 접수했다. 미래부는 오후 6시30분 주파수 경매를 종료하고 오후 8시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종 결과를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미래부는 최종 결과를 공개했다.6) 승자플랜은 ‘밴드플랜2’로 확정됐다. LG유플러스는 2.6GHz 주파수 대역인 B2블록을 최저경쟁가격에 확보해 먼저 웃었다.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 C2블록을 1조500억원에 가져갔다. KT는 바람대로 인접대역인 D블록을 확보하기는 했으나 최저경쟁가격의 3배 가량 높아진 9천1억원에 낙찰받았다.


결과적으로 1조4천414억원에 시작했던 경매는 총 낙찰가 2조4천289억원까지 올랐다. 최저경쟁가격과 최종낙찰가격의 차이는 약 2배였다.   

2013년 주파수 경매 현황 및 결과표


경매 대리입찰자인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최선을 다했다. 준비했던 대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역시 “낙찰받은 주파수 대역은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가장 마음을 졸였던 KT의 이석수 상무는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바림직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7)

이통3사 주파수 현황(2013년)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이통3사가 나은 결과를 가져갔다는데 입을 모았다. KT는 광대역 LTE 주파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 교체 없이, 사업면에서는 설비투자비를 아낄 수 있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리했다.


숨은 승자는 SK텔레콤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주파수 대역에 대해 더 넓은 폭을 비슷한 낙찰가에 획득함으로서 주파수 효용 가치가 높다는 게 이유였다.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에서도 LTE를 활용하고 있었기에 차후 광대역 LTE까지도 가능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와는 달리 황금 주파수 대역에서 다소 먼 고주파수를 획득하기는 했으나 최저경쟁가격에 낙찰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신규 망 구축과 함께 전국망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1) 채수웅 기자, KT, 주파수 경매 대안 요구…미래부 “변경 가능성 없다”, 디지털데일리, 2013. 7. 9.

2) 윤상호 기자, KT, 주파수 경매 불참?…임원회의서 검토, 디지털데일리, 2013. 7.26.

3) 윤상호 기자, 이상철 LGU+ 대표, “주파수 담합, 생각할 수도 없는 일”, 디지털데일리, 2013. 8. 1.

4) 이호연 기자, [막오른 주파수 입찰] 최대 관전 포인트 D블록 몸 값, 아이티투데이, 2013. 8.19.

5) 이호연 기자, [막오른 주파수 입찰] “증분 잡아라”...주파수 결전, 최후에 웃는 자는?, 아이티투데이, 2013. 8.30.

6) 이호연 기자, [주파수 입찰] 주파수 경매, KT D2 낙찰...총합 2조4289억원, 아이티투데이, 2013. 8.30.

7) 김문기 기자, SKT-KT 1.8GHz ‘광대역’ 확보, LGU+ ‘다대역’ 강조 (종합), 2013.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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