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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12. 2023

(58) '이통사 출입금지' 수준, 2차 주파수 경매

14부. LTE-A 패러다임 전환

2013년 4세대통신(4G) 롱텀에볼루션(LTE)이 도입되고 전국망이 완성되면서 이통3사의 경쟁은 한층 더 과열됐다.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SK텔레콤과, LTE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는 LG유플러스, 뒤늦게 LTE를 시작한 KT의 숨가쁜 추격전이 이어졌다.


문자에서, 음성으로, 다시 데이터로 고객의 휴대폰 사용 패턴은 빠르게 전환됐다. 데이터 트래픽의 상승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경쟁사 대비 더 빠른 속도와 수용량, 그리고 차후를 위해서라도 유휴 주파수 확보는 당연한 절차였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신규 주파수 공급 계획을 세웠다. 전파법에 따르면 전파 수요가 확실하다면 응당 남은 주파수를 배분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두번째 주파수 경매를 추진했다.1)


다만, 두번째 주파수 경매 계획은 원활하게 수립되지는 않았다. 정권 교체에 따라 새롭게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경매 주관을 넘겨받으면서 행정적인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업계 경쟁도 고려해야했다. 이통3사의 이해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2) 그도 그럴 것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통사의 경쟁 차별화는 누구보다 빠르게 어떤 세대에 어떤 기술을 선보이는가에 있었다. 하지만 LTE는 이 모든 경쟁 요소를 동일화시켰다. 자연히 기술적인 경쟁은 마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토양(주파수)을 확보하는가에 있었다.


게다가 이번 주파수 경매에 나올 매물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 1.8GHz 주파수 15MHz폭 경매 대상 여부가 이해관계를 보다 심화시켰다. 이 대역은 KT가 LTE를 운용중인 주파수의 인접대역에 속했다. 900MHz 주파수 간섭 문제로 인해 경쟁사 대비 원활한 LTE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KT는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대역이었다. KT는 이미 1.8GHz 대역에서 LTE를 운용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매물까지 얻어간다면 타사와 달리 연결된 총 40MHz폭에서 LTE가 가능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2차선 도로에서 LTE 서비스를 운용한다고 한다면, 연결대역은 얻은 KT는 4차선 도로에서 LTE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폭이 더 넓어지면서 보다 많은 차량이 다닐 수도 있겠지만 일단 2배 더 넓다는 건 속도도 2배 더 빠르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극렬하게 반대했다. 모처럼 LTE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 더군다나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는 LTE 덕분에 반짝 1위 자리에 오른 바 있었다. KT가 급격하게 치고 올라올 수 있으니, 막아야 하는 건 상식선의 행동이었다.


물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게 1.8GHz 대역 매물은 계륵과 마찬가지였다. 만약 확보한다고 하면 2차선이 4차선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2차선 도로가 하나 더 생기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즉, 명분이 약했다. 양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1.8GHz 대역이 경매 매물에서 제외되는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2월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동통신용 신규 주파수 할당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그간 업계에서 지적한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역시나 1.8GHz 인접대역 할당이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별도의 노력 없이 비정상적인 경제효과로 7조3천억원을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것이야 말로 인위적 시장 개편으로 통한 특혜라는 것. 또한 KT가 인접대역을 가져간다면 KT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50미터 지점에서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 비난했다.


KT도 지지 않고 맞섰다. KT는 일시적인 착시 현상일뿐 해당 대역을 확보하더라도 망 구축에 6개월 이상 소요되며 7천억원의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주파수집성기술(CA)을 사용하면 시기 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풀리지 않는 갈등


이통3사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정부 역시 골머리를 앓는 건 매한가지였다. 더군다나 정부 조직 재편으로 인해서 내부적으로도 시끄러웠다.3)


그 사이를 비집고 이통사별 각자의 주장에 대한 힘을 싣기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섰다. KT는 4월 21일 인천 위너스관광호텔에서 KT스터디워크숍을 개최하고 1.8GHz 주파수를 무조건 받겠다는 것이 아니며 공정 경매를 위한 매물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매물로 나오면 경쟁을 통해 입찰하면 될 일인데 이를 사전에 배제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었다.4) 그러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지지 않고 맞섰다.  


그러다보니 주파수 경매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5월에서 6월로, 다시 기약없는 연기가 반복됐다. 미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사라진 때는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4월 28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최 장관은 주파수 경매와 관련된 질의에 "공정성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두 가지 기준 아래 배분 방안을 마련 중이며, 8월까지는 해결할 것"이라며, "주파수 배분 방식은 경매로 할 것이며, 사업자가 필요한 주파수는 대가를 내고 가져가도록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5)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다보니 오히려 업계는 더 불타올랐다. 이번에는 경매 방식이 아닌 분배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풍문이 기정사실화돼 세간에 오르내렸다. 특정 업체의 바람인지, 또는 탄식에 의해 흘러나온것인지는 정확치 않으나 말 하나하나에도 소문이 사실로 둔갑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셈이다.


결국 정부는 할당방식 확정에 앞서 여러 경우의 수를 산정했다. 앞서 주파수 경매 이관 전 방통위가 발표한 3개안과 이관 후 미래부가 제안한 2개안 등 총 5개안이 부상했다.


방통위가 이전에 제시한 경매 방안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1안과 2안은 인접대역을 제외한 기존 경매 대상 주파수만 매물로 등장한다. 3안은 기존 경매 대상 주파수에 인접대역인 1.8GHz 주파수 15MHz대역폭이 추가된 단순한 구조다.6)


여기에 미래부가 또 다른 대안들을 추가하는데 골머리를 앓았다. 5월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 마련한 '소비자 권익보호와 주파수의 효율적인 활용방안' 토론회에서는 이통3사 주파수 담당 임원들이 나서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는데 힘을 쏟았다.7) 미래부가 추가할 대안이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부 주파수 정책실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었다.8)


'주파수 정책 진행중, 이통3사 관계자 금지'


대사 외울정도로 싸운 이통3사


2013년 6월 14일.9)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날 세간의 관심은 주파수 할당방안에 대한 이해관계 수렴이었다. 다만, 외부적으로는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만 있었을뿐 주파수 얘기만 나오면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정부가 입단속을 시켰다는 볼멘 소리도 터져 나왔다.


2013년 6월 1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주파수 할당방안 마련 공개 토론회에서 이통3사의 사활을 건 설전이 계속됐다.10) 인접대역과 관련해 SK텔레콤은 ‘산타클로스의 선물보따리’가 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KT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반영됐다는 것. LG유플러스는 ‘특혜시비를 경매를 통해 감추기 위한 미래부의 몸사리기’라 목소리를 높였다.


KT도 지지않고 맞섰다. 공정경매의 원칙 상 사업자가 원한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한다는 것. 기회조차 막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 폄하했다.


이통3사의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미래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국민 편익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고 일갈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똑같은 되풀이 주장에 이제는 발언을 외울 정도”라 혀를 찼다.


6월 16일 미래부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주파수 할당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본래 언론을 대상으로 브리핑이 예정돼 있었으나 비공개로 전환됐고, 함께 논의할 것으로 생각했던 야당이 빠지면서 혼란을 증폭시켰다. 밀실행정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묵묵무답의 현상만이 이어졌다.11)

마침내 6월 20일. 미래부는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방안 5안을 공개했다. 이어 21일 1.8GHz 및 2.6GHz 대역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1,2,3안은 기존과 동일하나 새롭게 2개안이 추가됐다. 4안부터는 다소 복잡하다. 1안과 3안을 합친 후 각각 밴드플랜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두개의 밴드플랜에서 승자플랜을 따른다는 규칙이다. 5안은 1.8GHz 주파수 대역을 동등하게 쪼개, 경매에 나오는 1.8GHz 주파수 35MHz 대역폭을 각각 15MHz씩 총 3개로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5개의 안 역시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이통3사의 반발이 예상됐다. 1,2안을 선택하면 KT가 반발하고, 3안을 선택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반대할 게 불보듯 뻔했다. 5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4안이 중립적이기는 했으나 이통사 반대 여론을 꺾기 어려웠다.


2013년 주파수 할당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 현장


역시나 6월 21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주파수 할당방안 마련 공개 토론회는 시작부터 아수라장이었다.12)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1.8GHz 대역 매물에 대한 결사반대를, KT는 인접대역 사수에 혈안이 됐다. 그러다보니 결국 정부도 학계도 폭발했다. 정부는 국민 편익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고, 학계는 지금은 안을 줄여 조건을 조정해 문제를 풀어야할 시기라며 양보를 요청했다.


이통사의 주장과 다르게 흐름은 4안으로 모아졌다.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전체회의는 주파수 자문위원회에서 주파수 할당 최종안으로 4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아 이를 권고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미래부도 자문위 결과에 기반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13)


고민 끝에 미래부는 6월 28일 2차 LTE 주파수 할당 최종안으로 4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경쟁사가 합심해 인접대역의 경매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KT의 의견을 반영해 담합 가능성이 있을 경우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겠다고 못박았다.14)


1) 정윤희 기자, “LTE 주파수 경매 시급”…방통위 업무보고, ZDnet, 2013. 1.17.

2) 이호연 기자, 이통사 "1.8GHz 주파수 사수하라", 아이티투데이, 2013. 2.18.

3) 채수웅 기자, 뒤바뀐 상하관계…불안한 미래부 고위공무원?, 디지털데일리, 2013. 3.26.

4) 윤상호 기자, KT, “1.8GHz LTE 광대역화, 세계적 흐름”, 디지털데일리, 2013. 4.21.

5) 이호연 기자, 최문기 장관, "오는 8월까지 이동통신 주파수 공정배분할 것", 아이티투데이, 2013. 4.28.

6) 이호연 기자, 이통사 주파수 설전 2차전..‘1.8GHz 할당 배제’ 논란 왜?, 아이티투데이, 2013. 5.14.

7) 이호연 기자, 이통사 국회서 주파수 ‘설전’...대책없는 미래부, 한 숨만, 아이티투데이, 2013. 5.21.

8) 이호연 기자, 미래부 LTE 주파수 할당 "철통보안 불통독단?", 2013. 5.30.

9) 채수웅 기자, 주파수 얘기만 나오면 ‘묵묵부답’…입 닫은 통신사 CEO, 디지털데일리, 2013. 6.10.

10) 김시소 기자, "경매말고 주파수 같이 쓰자" 주파수 공용제 다시 수면위로, 전자신문, 2013. 6.12.

11) 채수웅 기자, 깊어지는 주파수 갈등…미래부, 광대역 해법 찾을까, 디지털데일리, 2013. 6.16.

12) 이호연 기자, [주파수 토론]이통3사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 (종합), 아이티투데이, 2013. 6.21.

13) 강호성 기자, 미래부, 주파수 경매 4안으로 최종 확정, 아이뉴스24, 2013. 6.27.

14) 이호연 기자, 미래부, 고심 끝 ‘4안’...“담합 시 주파수 할당 취소”, 아이티투데이, 2013.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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