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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17. 2023

(61) 간섭에 혼난 KT, 광대역 LTE-A 논란

14부. LTE-A 패러다임 전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두 개의 주파수를 엮을 수 있는 주파수집성기술(CA)을 통한 LTE-A 서비스에 돌입했으나 KT는 사정이 달랐다. KT가 보유한 주파수는 2G를 종료하고 LTE를 도입한 1.8GHz 대역과 유휴 주파수로 900MHz 대역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900MHz 대역이 간섭으로 인해 원활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타사와 달리 1차 주파수 경매에서 획득한 800MHz 주파수는 10MHz폭만 있었기 때문에 나눌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대역이었다.


KT는 강경하게 나아가기 보다는 읍소를 선택했다. 당시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1.8GHz 대역에 대한 KT 특혜시비가 불거졌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KT 900 주파수 불량 시연회 [사진=KT]


2013년 7월 16일 KT는 경기도 안양지사에서 언론을 모아 900MHz 주파수 간섭현상을 보여주기 위해 경쟁사와 동일하게 LTE-A를 시연했다.1) KT가 LTE를 운영하고 있는 1.8GHz 대역과 간섭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900MHz 대역을 엮은 서비스였다. 결과적으로 900MHz 대역에 간섭이 있었기에 원활한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KT는 이같은 시연을 통해서 "아픈 다리를 치료받지 못해 목발보행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900MHz 대역과 인접 주파수에서 무선인식전자태그(RFID)와 쿼드리스폰이 간섭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LTE-A로의 이행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어떻게든 이 대역을 써야만 하는 KT는 미래창조과학부에 900MHz 주파수 대역을 1MHz폭 이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미래부가 이를 받아들인다기 보다는 LG유플러스의 동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2)  당시 KT 900MHz 주파수는 905~915MHz,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는 914~915MHz, LG유플러스 800MHz 주파수는 884~894MHz폭을 사용하고 있었다. 만일 KT 요청대로 1MHz폭을 이전하게 된다면 LG유플러스 역시도 간섭 피해 우려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물론 LG유플러스는 거세게 반대했다.


두 기업 사이를 중재해야 하는 미래부 속내는 복잡해졌다. 국립전파연구원과 KT, LG유플러스 등 각각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주파수 이동을 결정했다. 당초 요청했던 1MHz폭이 아닌 0.7MHz로 줄여 이동시키는 것으로 결정됐다.3) KT 입장에서는 한숨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실제 2014년 2월 11일 미래부는 900MHz 대역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심사를 실시해 이전 할당을 최종 확정했다.4)


우여곡절 끝에 이통3사가 모두 LTE-A를 도입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떠들석했으나 전세계적으로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대략 전세계 이통사 대비 1년 가량 앞선 성과였다. 덩확하게 SK텔레콤과 L유플러스의 경우 전세계 시장에서 22번째 LTE 상용화 이통사였으나, LTE-A부터 세계 최초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 위상이 어느 정도였나면,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 등이 우리나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한했다.


SK텔레콤의 경우 LTE-A 도입 4개월만에 LTE 가입자 150만명을 확보했다. 2011년 7월 LTE가 상용화된 후 7개월만에 100만명을 모집한데 비해 빠른 속도의 가입자 증가폭을 보였다. LTE-A 가입자의 경우 LTE 가입자보다 약 73% 더 높은 데이터 사용률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KT 표현명 사장 광대역 LTE-A 발표 모습 [사진=KT]

"광대역 LTE-A?" 마케팅 논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주파수집성기술(CA)을 통한 LTE-A 시대에 먼저 진입한 가운데, KT는 900MHz폭 간섭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다행히 KT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LTE 주력 주파수로 활용했던 1.8GHz 인접대역 15MHz폭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통사가 여유 주파수를 확보하면서 경쟁을 한층 더 격렬해졌다. 다소 어려운 네트워크 기술을 보다 쉽게 직관적으로 표현하면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이통사의 바람과 다르게 시장의 혼란을 한층 더 심화됐다. 과열경쟁이 오히려 시장혼란을 가져온 셈이다.


발단은 경쟁사 대비 다소 늦게 LTE를 도입한 KT로부터 발생했다.5) KT는 2차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1.8GHz 인접대역을 가동하면서 ‘국내 최초 광대역 LTE-A 서비스 개시’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타사 대비 3배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같은 홍보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발끈했다. 있지도 않은 ‘광대역 LTE-A’라는 마케팅 홍보로 인해 KT가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사실과 다른 잘못된 용어라도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인지시켜 승기를 가져가는 얄팍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KT도 지지않고 맞섰다. 광대역 LTE와 LTE-A를 따로 설명하려면 소비자들이 더 혼동스러울 수 있어 선택한 마케팅 용어이며, 두 단어를 붙이지 않고 따로 띄어쓰기한 것 역시 이러한 두개의 별개 기술을 도입해 운영하겠다는 의미라 반박했다.


마케팅 용어 하나에도 비난을 서슴치 않는 이통3사의 이같은 행태 자체가 당시 경쟁 양상을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는 표지다. 다만, 고객 혼란은 자명했기에 과열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3GPP 기술 표준에 따라 ‘LTE-A’는 초기 LTE보다 진화된 세대를 의미한다. 즉, LTE-A는 LTE를 구현하는 모든 기술에 대한 진화의 총집합체다. 그 중, ‘2배 빠르다'라는 직관적 설명이 가능한 주파수집성기술(CA)이 대표적으로 마케팅에 활용됐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LTE-A=CA’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광대역 LTE’는 기존 대역 대비 보다 넓은 대역에서 LTE를 서비스한다는 의미다. 20MHz대역폭에 인접대역인 20MHz대역폭을 더해 총 물리적으로 40MHz 대역폭에서 LTE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해서 ‘광대역 LTE’라 지칭한 셈이다.



  

이통사가 설명한 LTE-Ad와 광대역 LTE [사진=KT]


이 같은 흐름상 ‘광대역 LTE-A’는 이 두가지 개념을 융합한 의미로 해석된다. 광대역 LTE 두 개 이상을 엮어 최대 속도를 높인다는 뜻이다. 단일 대역의 속도는 75Mbps, 광대역은 150Mbps, 만약 광대역 2개를 엮는다면 300Mbps 속도에 도달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 KT는 광대역 LTE만이 가능해 이론상 최대 속도는 150Mbps에 불과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비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KT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띄어쓰기로 구분했다고 하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이해는 가능하다. 물론 둘 모두 이통사가 만든 마케팅 용어이며 그에 따른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켰다는데 문제가 있다.6)


기술 상황과 관련없이 마케팅 용어가 우선적으로 쓰이는 사례는 이후에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편으로는 효율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복잡한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기에 불신이 쌓였다.


1) 김문기 기자, KT LTE-A 현장검증, “안한다 아닌 못한다” 강조, 아이티투데이, 2013. 7.16.

2) 김시소 기자, 미래부, KT 900㎒ 이동결정 미뤄…KT LTE-A 서비스 불투명, 전자신문, 2013. 7.23.

3) 김문기 기자, KT 900㎒ 주파수 0.7㎒ ‘하향’…LGU+ LTE 간섭 해답?, 아이티투데이, 2013. 10.22.

4) 이호연 기자, 미래부, 900㎒ 주파수 대역 KT 할당, 아이티투데이, 2014. 2.11.

5) 이호연 기자, KT “폰 안 바꿔도 2배 빠른 LTE"...광대역LTE 시대 개막, 아이티투데이, 2013. 9. 2.

6) 김문기 기자, [Let`s IT] ‘광대역 LTE-A’? 오해를 불러일으킨 마케팅 용어, 아이티투데이, 2013.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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