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명칭 확정

31부. 이동통신 국산화, 와이브로

by 김문기

2004년 2월 3일. 마침내 한국형 휴대인터넷 기술이 표준화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다. 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휴대인터넷 기술표준 초안’을 공개하면서, 수년간 준비해온 국산 기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1)


초안의 핵심은 명확했다. 시분할(TDD) 기반 다중화 방식, 직교주파수분할다중(OOFDM) 접속 방식, 다운로드 3Mbps, 업로드 1Mbps, 이동성은 시속 6km, 커버리지는 반경 1km. HPi(High Portable Internet)를 중심으로 이 같은 사양에 맞춰 국산 기술이 설계되고 있었고,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무선 브로드밴드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바로 다음 날인 2월 4일, 정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공개되면서 휴대인터넷은 다시 한 번 조명을 받는다.2) 2006년 상용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2004년 7월 사업자 선정 방안을 마련, 연말까지 정책 준비를 마무리하겠다는 로드맵이 발표됐다. 그동안 표준과 정책 모두에서 명확하지 않던 방향성이 이 시점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표준의 이름을 짓는 일도 시작됐다. TTA는 휴대인터넷의 영문 명칭을 공모했고, 260여 개의 제안명이 쏟아졌다. 이 중 4개 후보가 추려졌지만, 상표권 중복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철저히 비공개로 붙였다. 기술은 국산이지만, 이름은 세계를 향해야 한다는 고민이 깔려 있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국내용 기술에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표준 도전이 본격화된 것이다.3) 주도권은 삼성전자와 인텔의 공조로 나타났다.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CEBIT) 2004. 당시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기자들 앞에서 “HPi 기술에 인텔의 와이맥스(WiMAX)를 결합해 IEEE에 표준안을 제출했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초의 모바일 브로드밴드 표준을 향한, 본격적인 외연 확장이었다.


실제로 와이브로는 이후 IEEE 802.16e(모바일 와이맥스)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는다. 국산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진입한 드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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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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