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조기상용화 vs 국산화

31부. 이동통신 국산화, 와이브로

by 김문기

2003년, 2.3GHz 대역을 둘러싼 휴대인터넷 표준 전쟁이 본격화됐다. 기술이냐 시기냐, 국산화냐 상용화냐. 통신사와 정부, 그리고 장비사 간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히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문제의 출발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파수 할당 시점, 다른 하나는 기술표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였다.


조기 할당을 요구하는 쪽은 KT와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한 기존 유선 강자들. 유선망을 기반으로 빠르게 무선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후발 사업자들은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예를 주장했다.


기술표준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치열했다. 정통부는 단일 표준 정책을 고수했다. 그 중심에는 두 가지 기술 대안이 있었다. 하나는 플래시-OFDM, 아이버스트 등 외산 기술. 이미 상용화되었거나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ETRI가 개발 중이던 국산 기술 HPi(High Portable Internet). 아직 상용화는 안 됐지만, 독자 기술로서의 의미는 컸다.


두 방식의 장점과 단점은 명확했다. 외산 도입은 빠르지만 라이선스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국산화는 늦지만 장기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양 진영은 기술 시연과 로비, 전략 수립 등으로 팽팽한 대립 구도를 유지했다.


2003년 5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그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1)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LG전자 등 유선 기반 사업자와 장비사들은 한목소리로 조기 상용화를 촉구했으나 SK텔레콤, 삼성전자, 그리고 ETRI는 국산화를 위해 인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상황은 표준화 전쟁으로 번졌다. 7월, 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기술표준화를 위한 프로젝트 그룹을 구성했다.2) 총 26개사에서 163명의 전문위원을 추천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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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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