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부. 이동통신 국산화, 와이브로
2003년, 2.3GHz 대역을 둘러싼 휴대인터넷 표준 전쟁이 본격화됐다. 기술이냐 시기냐, 국산화냐 상용화냐. 통신사와 정부, 그리고 장비사 간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히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문제의 출발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파수 할당 시점, 다른 하나는 기술표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였다.
조기 할당을 요구하는 쪽은 KT와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한 기존 유선 강자들. 유선망을 기반으로 빠르게 무선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후발 사업자들은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예를 주장했다.
기술표준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치열했다. 정통부는 단일 표준 정책을 고수했다. 그 중심에는 두 가지 기술 대안이 있었다. 하나는 플래시-OFDM, 아이버스트 등 외산 기술. 이미 상용화되었거나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ETRI가 개발 중이던 국산 기술 HPi(High Portable Internet). 아직 상용화는 안 됐지만, 독자 기술로서의 의미는 컸다.
두 방식의 장점과 단점은 명확했다. 외산 도입은 빠르지만 라이선스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국산화는 늦지만 장기적인 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양 진영은 기술 시연과 로비, 전략 수립 등으로 팽팽한 대립 구도를 유지했다.
2003년 5월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그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1)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LG전자 등 유선 기반 사업자와 장비사들은 한목소리로 조기 상용화를 촉구했으나 SK텔레콤, 삼성전자, 그리고 ETRI는 국산화를 위해 인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상황은 표준화 전쟁으로 번졌다. 7월, 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기술표준화를 위한 프로젝트 그룹을 구성했다.2) 총 26개사에서 163명의 전문위원을 추천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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