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부. 이동통신 국산화, 와이브로
2004년, 와이브로는 글로벌 무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예기치 못한 외풍을 맞았다. 이번에는 기술이 아닌 통상이 문제였다.1)
한국은 와이브로를 IEEE 802.16e 국제표준으로 올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을 통해 HPi와 와이맥스를 결합한 형태로 표준안을 제출했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를 곱게 보지 않았다. 인텔 외에도 플라리온(Flarion)과 어레이콤(ArrayComm)의 기술이 함께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었다. 두 기술은 국내 표준화 과정에서 이미 배제됐던 외산 진영이었다. 하지만 USTR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의 와이브로 단일 표준 전략은 국제 통상 마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는 애초 위피(WIPI)가 최대 통상 리스크가 될 것으로 봤지만, 위피는 비교적 매끄럽게 매듭지어진 반면, 와이브로는 “추후 논의하자”는 모호한 결론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2004년 7월 12일,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ETRI, TTA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IEEE 정기회의에 참석하면서 반전의 기회가 열렸다.
이들은 와이브로 관련 기술 100여 건을 IEEE 표준안으로 대거 제출했고, 고정형에서 진화한 IEEE 802.16e(모바일 와이맥스) 표준화 논의가 본격화됐다.2) 한국 측은 인텔의 고정형 와이맥스 기술과 자국의 HPi를 결합한 ‘1단계 와이브로’ 기술을 우선 제안하고, 이후 2단계로의 진화를 통해 상용화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통상 마찰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정보통신부는 예정된 로드맵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7월 29일,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 추진 일정이 공식 발표됐고, 8월 초 초안 공개와 공청회, 이어 9월 정책심의위원회 심의, 12월 사업자 공모, 2005년 2월 최종 선정, 2006년 상용화까지 뼈대 있는 일정이 공개됐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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