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LGT IMT-2000 백기,
대표 즉시 퇴직

32부. LGT 사업포기 위기와 극복

by 김문기

2005년 5월 4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을 승인하고, 리비전.A 방식 서비스가 가능함을 알렸다. 앞선 사내 테스트는 경고 조치로 일단락했다. 대신 리비전.A에 대해서는 2006년 말까지 반드시 상용화할 것을 부가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부로서는 대승적 판결을 내린 셈이다.


LG텔레콤은 환영했다. 하지만 뜯어보면 완전히 손을 들어준 결정은 아니었다.


정부가 허가한 것은 어디까지나 1.8GHz PCS 대역에서 리비전.A 방식의 상용화였다. 문제의 본질인 2GHz IMT-2000 대역에서는 기존 조건인 동기식 기술 사용 원칙이 유지됐다. 즉, 반은 풀렸지만 반은 그대로였다. 정부는 시간을 연장해준 셈이지, 해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 이해한 LG텔레콤은 곧장 반발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동기식 IMT-2000을 제대로 상용화한 사례가 없다며, 동기·비동기 간 기술 구분이 현실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의도치 않게 정책 전선에 불을 지폈다. LG텔레콤이 1.8GHz 뿐 아니라 2GHz 대역에도 리비전.A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F 또한 동일 기술을 해당 대역에 적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SK텔레콤은 CDMA2000 리비전.0을 이미 운용 중이었고, 리비전.A는 그 상위 호환. 기술적으로나 네트워크적으로 큰 무리 없이 도입이 가능했다.


더 큰 문제는 주파수였다. SK텔레콤은 800MHz라는 황금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리비전.A가 이 대역에 도입된다면, KTF와 LG텔레콤은 견제 불가한 우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머뭇거렸다. SK텔레콤이 사업변경을 요청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WCDMA가 아직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선 또다시 CDMA 중심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달가운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고심이 깊어지는 사이, SK텔레콤이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2006년 1월 2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리비전.A 도입은 검토 대상이지만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한 전략적 후퇴였다. 정무적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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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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