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LGT 저항과 균열,
리비전.A 향한 재도약

32부. LGT 사업포기 위기와 극복

by 김문기

LG텔레콤이 IMT-2000 사업권을 자진 반납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영역이 있었다.


바로 기존 PCS 주파수인 1.8GHz 대역에서 CDMA2000 1x EV-DO 리비전.A 방식으로의 진입이었다. 동기식 IMT-2000은 내려놨지만, 비동기식 기반의 리비전.A는 여전히 전략적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리비전.A는 CDMA 진화방식으로 분류되었지만 당시 SK텔레콤과 KTF가 상용화 중이던 HSDPA에 견줄 수 있을 만큼의 성능을 갖췄다.


문제는 이 같은 시도가 시장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곳은 KTF였다.1) LG텔레콤이 2GHz IMT-2000 사업권을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HSDPA와 경쟁 가능한 리비전.A를 PCS 대역에서 그대로 추진하게 될 경우 이는 무혈입성과 다름없다는 논리였다.


특히 LG텔레콤이 기술 변경을 통해 우회적으로 3G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게 되면, 그간 3G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적·행정적 장벽을 넘으며 경쟁해온 사업자 입장에서는 형평성 훼손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SK텔레콤 역시 LG텔레콤의 행보에 주목했다. 공식적으로는 “리비전.A는 도입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 내에서는 황금 주파수인 800MHz 대역을 보유한 SK텔레콤이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했다. 리비전.A는 리비전.0의 상위 기술로, 기존 인프라와의 호환성이 높아 진입 장벽이 낮았다. 이러한 기술적 이점은 경쟁사로 하여금 정책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SK텔레콤은 당시 전략적으로 HSDPA 중심의 로드맵을 고수하며 LG텔레콤의 진입을 두고 직접적 반발보다는 정책적 형평성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LG텔레콤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쟁사들의 반대 논리를 외면하고, 전국 단위 리비전.A 커버리지를 빠르게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 채비에 나섰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번호’였다. 당시 정부는 3G IMT-2000을 위한 식별번호 체계를 일원화하면서 010 통합번호 정책을 추진 중이었다. SK텔레콤과 KTF는 WCDMA 상용화와 동시에 010을 적용했고, 신규 3G 가입자는 예외 없이 010 번호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LG텔레콤의 리비전.A는 IMT-2000이 아닌 PCS 대역 기반이었기 때문에 019 식별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 상황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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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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