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하나로 인수戰,
고집과 계산이 맞붙은 순간

33부. 하나로 품은 SKT

by 김문기

2007년, 통신업계는 하나로텔레콤 인수 건을 두고 들썩였다.


겉으로는 ‘설’에 그친다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고역 그 자체였다. 유력 인수 후보로 지목된 SK텔레콤과 LG통신그룹(LG데이콤, LG파워콤)은 쏟아지는 질문마다 부인으로 일관했지만, 시장의 의심은 멈추지 않았다.


SK텔레콤은 무선 시장 1위라는 절대지위를 쥐고 있었지만, 유선 인프라는 없었다. KT-KTF의 유무선 결합 전략에 맞서기 위해선 유선 보강이 불가피했다. 하나로텔레콤은 그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카드였다. 초고속인터넷 300만 명, 2위 유선 사업자, IPTV ‘하나TV’까지 손에 쥔 종합 통신 플랫폼. 유선 진출을 노린다면 이보다 나은 상대는 없었다.


LG도 다르지 않았다.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으로 이어지는 삼각 구도를 유무선 통합 브랜드로 밀어붙이기 위한 중간고리가 필요했다. 그 고리가 바로 하나로였다.

다운로드.jpeg 당시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 TV 전국 순회-부산> 행사에서 하나로텔레콤 박병무 사장이 '하나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하나로텔레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완강했다. SK텔레콤은 1월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1) LG데이콤 역시 4월 23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2) SK텔레콤은 엿새 뒤인 4월 26일 다시 한 번 아니라고 손사래쳤다.3)


그러는 사이, 하나로텔레콤의 매각은 실제로 물 위로 떠올랐다. 최대주주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전략적 매각 지원사로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을 지정하면서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 인수 이후 3년 이상 보유해온 지분 39%를 통해 약 5천억원 규모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함께였다.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누가 가져가느냐’는 질문이 곧 ‘언제 가져가느냐’로 바뀌었다.


SK텔레콤, LG데이콤이 가장 먼저 거론됐지만, 외국계 기업의 진입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과 한미 FTA 등으로 외국인 지분 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하나로텔레콤의 가능성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장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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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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