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부. 하나로 품은 SKT
33부. 하나로 품은 SKT
2007년 여름, 하나로텔레콤 인수전은 이미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로 확장되고 있었다. 유력 후보로는 미국의 AT&T, 싱가포르의 싱텔 등이 오르내렸고, 국내 사업자라면 당연히 SK텔레콤과 LG데이콤이 꼽혔다. 하지만 두 기업은 변함없이 고개를 저었다. ‘고집불통’이라 불릴 만큼 일관된 부정이었다.
그 사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7월 26일, 인수전에 대한 언급조차 없던 온세통신이 깜짝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침묵을 지키던 중소 통신사가 돌연 전면에 나선 데 시장은 술렁였다. 무게감만 따지자면 다윗이 골리앗에 맞서는 구도나 다름없었다.1)
실제 온세통신은 불과 얼마 전 자사의 초고속인터넷사업부를 하나로텔레콤에 넘긴 바 있다. 주요 사업은 국제전화와 인터넷 서비스에 한정됐고, 경영상으로도 여유롭지 않았다. 그런 기업이 몸집은 더 큰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업계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그러나 온세는 단호했다. 모기업 유비스타와 알덱스를 앞세워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IPTV, 부가서비스, MVNO 등을 포괄하는 유무선 사업자로의 도약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심지어 8월 1일, 사명을 ‘온세텔레콤’으로 바꾸며 결의를 다졌다.2)
하나로텔레콤 내부는 뒤숭숭했다. AIG-뉴브리지가 최대주주로 등극한 지 3년 만에 엑시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먹튀’ 논란까지 불거졌고, 노조는 “또 다른 투기자본에 넘어갈 수 없다”며 촛불을 들었다.3) 겉으로는 국내 기업처럼 보이는 온세텔레콤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외국계 투자자본의 영향이 짙은 구조였다. 즉, 외형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해외 자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온세텔레콤의 움직임은 빠르고 분명했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았다. 끝내 삼성증권, 대한전선 등과의 연합전선 구성이 무산되면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4) 시간은 부족했고, 인수가격은 높았다. 강렬한 등장이었지만 퇴장은 조용했고, 결과적으로 ‘작은 용기’는 현실의 벽에 막혔다.
그 공백을 비집고 새롭게 부상한 이름이 있었다. 칼라일과 맥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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