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KT, 유무선 통합 결단,
KTF 합병검토

34부. KT-KTF 합병

by 김문기

2007년 12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선언한 직후, KT는 오랜 숙원과도 같았던 KTF와의 합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물밑에서만 흘러나오던 시나리오는, 이번엔 KT 스스로가 무게중심을 당겨온 진짜 ‘시작’이었다.


12월 11일, 남중수 당시 KT 사장은 KT-KTF 합병 검토 본격화를 천명했다. 이미 엿새 전인 5일, 그는 ‘그룹전략 CFT’를 신설하고 권행민 전무를 선봉에 세웠다. SK텔레콤의 유선 진출에 정면 대응하는 전략의 초석이었다.1)


당시 KT가 고려한 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KTF를 흡수 합병하는 방안, 다른 하나는 KT가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KTF를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합병을 통해 유무선 통합 역량을 강화하려는 KT의 방향성이 흡수합병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2008년이 밝자, KT는 말보다 행동으로 전환했다. 남 사장은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고 올해의 경영계획을 설명하며 “합병은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고 못박았다.


1월 25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T는 “유무선 통합이 대세인 시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합병 혹은 지주회사 설립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공식화했다. 합병 시점은 상반기 결정, 하반기 실행을 목표로 세웠다.2)

다운로드 (3).jpeg 2008년 여름 KT 남중수 사장과 IT서포터스 대학생 봉사단 모습 [사진=KT]

그리고 2월 29일, 남중수 사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KT-KTF 합병은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남 사장에게 주어진 두 번째 임기, KT로서는 민영화 3기의 첫 챕터. 그는 2011년까지 KT를 유무선 통합 1위 사업자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촉매제가 된 것은 SK텔레콤의 행보였다. 2월 20일,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자 KT는 KTF와의 결합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3월 3일, 정식으로 연임에 성공한 남중수 사장은 “기업 지배구조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합병은 제 임기 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말뿐인 선언은 아니었다. KT는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합병 작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유통망 통합부터 시작됐다. 5월 22일, KT플라자와 KTF 쇼 매장이 통합 운영에 들어가며 사내 전산 시스템도 공유 체계로 전환됐다. 이어 IT본부 분사를 통해 지배구조 정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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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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