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KT-KTF 합병
2008년 말, 어수선했던 KT는 이석채라는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며 다시 방향타를 잡았다.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 그것도 과거 정보통신부 장관이자 KT-KTF의 태동을 모두 지켜본 인물이었다. 상징은 분명했고, 시선은 집중됐다.
12월 15일, KT는 즉시 ‘경영디자인 TF’를 출범시켰다. 이석채 후보자 지명 이후 불과 엿새 만의 일이었다. 서유열 마케팅전략본부장, 표현명 휴대인터넷사업본부장 등 핵심 인력 30여 명이 TF로 이동하며, KT-KTF 합병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CEO 리스크 회복 전략, 그리고 조직·인사 쇄신안이 본격 테이블 위에 올랐다.1)
“내년 6월까지 합병 마무리”라는 이석채 후보자의 선언은 이미 준비된 인사, 준비된 로드맵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그리고 2009년 1월 14일.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총을 통해 이석채는 KT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했다. 오후 3시, KT그룹 전체에 생중계된 취임 일성에서 그는 숨김없이 KT-KTF 합병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2)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월 20일, KT 이사회는 합병계획안을 승인했고, KT-KTF 합병은 공식화되었다.3)
하지만 업계는 가만있지 않았다. 다음날인 1월 21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신시장 본원적 경쟁력 자체가 사라질 위기”라며 결사항전을 예고했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겪었던 규제와 반발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는 KT가 유선 90%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무선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4)
이어 등장한 건 LG그룹 ‘3통신 형제’.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은 자신들의 유무선 시너지를 방해하는 또 다른 독점 축의 탄생에 “절대 수용 불가”를 외쳤다. KT는 인력과 유통망, 자금력 모두에서 “10조 원, 3.7배, 90% 가입자”라는 압도적 숫자를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 IPTV, 이동통신까지 전 산업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5)
심지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까지 참전했다. 케이블TV와 인터넷에서 수세에 몰려 있던 입장에서 KT-KTF의 마케팅 결합은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 반대 건의문,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LG텔레콤 또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석채 신임 대표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반대할 사람은 반대하라, KT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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