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부. 아이폰 쇼크
애초에 KT는 국내 아이폰 도입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이통시장에서 늘 2인자에 머물던 KT는 국내 판을 뒤엎을 단 하나의 카드가 필요했고, 그 ‘외산 단말’이 바로 아이폰이었다.
2007년 이후 전 세계에서 차례로 아이폰이 상륙할 때, 한국은 규제와 산업 이해관계의 울타리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폐쇄적 시장을 가장 먼저 열어젖힌 곳이 다름 아닌 국영통신사의 후신, KT였다.
한국통신의 이름을 계승한 KT는 ‘국내 대표 통신사’라는 상징에도 불구하고, 이통시장에서는 늘 SK텔레콤에 밀려 있었다. 국내산 단말로는 더 이상 시장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KT 스스로가 먼저 체감했다. 그래서 택한 선택이 애플, 그리고 아이폰이었다.
흥미로운 건 애플도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북미에서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이 아닌 2위 AT&T, 일본에서는 1위 NTT도코모 대신 3위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았다. 시장을 흔들어야 하는 도전자 입장에서,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1위보다 절박한 2위와의 동맹이 훨씬 강력했다.
KT와 애플은 그렇게 닮은 목적을 품은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뜻만으로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다. 수많은 장애물이 아직 남아 있었다. KT는 아이폰 도입을 여러 차례 선언했지만, “담달폰”이라는 비아냥만 돌아왔다. “다음 달 나온다”는 말만 반복됐고, 기대는 피로로 바뀌었다. KT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호언장담해놓고, 실제론 출구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차례 희망고문이 반복되던 중, 2009년 11월 28일, 마침내 KT가 아이폰3GS 국내 출시를 전격 발표했다.1)
KT는 잠실실내체육관을 통째로 대관해 대규모 출시 이벤트를 열었고, 그날 현장엔 수천 명이 몰렸다. 이토록 줄을 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장사진이 펼쳐졌다.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은 그간 ‘담달’에 지쳐 있었던 이들이다. 기약 없던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진짜 ‘내 손 안의 아이폰’이 가능해진 순간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