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살며시 스며든 스마트폰

37부. 스마트폰 상륙

by 김문기

2007년, 애플이 첫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자 휴대폰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렸다. 당시만 해도 애플은 휴대폰 시장에선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그들이 들고 나온 ‘아이폰’은 손 안의 컴퓨터라는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세상을 바꿔버렸다. 터치 한 번으로 음악을 듣고, 이메일을 보내고, 지도를 펼쳐볼 수 있는 단말. 세상은 이 새로운 기기를 보며 흥분했다.


문제는,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사실 ‘스마트폰’이라는 말은 그보다 훨씬 전에 태어났다. 1992년, IBM은 ‘사이먼(Simon)’이라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처음으로 ‘스마트폰’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화와 메모장, 주소록, 팩스를 하나로 묶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 단어는 대중에게 스며들지 못했다. ‘스마트폰’은 기술 문서 속 고유명사로만 남았고, 시장은 피처폰과 PDA 사이 어딘가에서 방향을 잃고 있었다.


그 흐름을 바꾼 것은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이 선보인 ‘블랙베리’였다. 쿼티 자판과 자체 운영체제를 갖춘 블랙베리는 PC와 가장 가까운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냈고, ‘메시징폰’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비즈니스맨들은 손바닥 위에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했고, 통신사는 데이터 수익 확대의 기회로 여겼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제조사들에게도 자극이 됐다. 2006년, 삼성전자는 북미 AT&T를 통해 ‘블랙잭(BlackJack)’을 출시했다. 윈도모바일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쿼티 키보드와 풀브라우징 기능을 갖춘 이 제품은, 국내에서 ‘울트라메시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비록 아이폰보다 앞선 시대의 기기였지만, 사람들은 이 단말을 보며 느꼈다. ‘이건 그냥 전화가 아니다’라는 것.

MODimYJY6WJtcW_q3UkWBElMc2k.jpeg

이후 국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도 전부터 각자의 전략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블랙잭의 후속으로 ‘옴니아’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지전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옴니아는 윈도모바일 OS를 탑재해 아이폰과 정면으로 맞붙을 전략폰이었다. 풀터치 스크린, 다기능 앱, 다양한 위젯과 인터넷 기능까지, 그야말로 손 안의 컴퓨터를 지향하는 제품이었다.


LG전자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심비안 OS 기반의 ‘조이’를 내놓았고, 국내에선 2009년 ‘인사이트’를 통해 본격적인 스마트폰 진입을 선언했다. 인사이트는 윈도모바일 6.1을 탑재하고 풀브라우징을 지원하는 등 스마트폰의 외형을 갖췄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기기가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을 갖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문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14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0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138. ‘담달폰’ 반전, KT와 아이폰의 승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