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카폰' 빛과 그림자, 사회적 풍경

4부. 자동차다이얼전화 '카폰'

카폰은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사회적 풍경을 바꾸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84년 정식 서비스 개시 이후 빠르게 확대된 카폰 시장은 기술적 진보 못지않게 사회문화적 의미에서도 적잖은 흔적을 남겼다.

카폰은 1984년 3천대 초도 공급이 마감된 이후 수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1985년 2월 제주도에 150대가 추가 도입됐다. 삼성반도체통신(현 삼성전자)의 진입으로 금성전자, 대영전기산업, 현대전자, 동양정밀공업 등 기존 4개사 간의 경쟁은 격화됐고, 단말기 가격은 절반으로 하락했다.

서비스 안정화와 조직 기반이 다져지며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요금 인하 정책을 이어갔다. 설비비는 88만5천원에서 65만원으로 인하됐고, 유지보수료도 폐지되며 가격 접근성이 개선됐다.

체신부는 1986년 부산을 시작으로 1987년 대전, 대구, 광주까지 전국망 구축을 지시했다. 이 결과 1987년 12월 5일, 서비스 시작 3년 7개월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돌파했다. 1989년에는 전국망 확대를 위한 1차 공사가 착수됐고, 1990년 4월까지 전국 19개시에서 55개시로 커버리지가 확대됐다.

그러나 이용 실태를 들여다보면, 열광의 이면에는 낮은 실효성과 높은 과시성이 자리했다. 1985년 체신부 보고서에 따르면, 1984년 말 기준 개통된 2,659대 중 국가기관 221대, 언론기관 44대, 국영기업 44대, 교육기관 32대였고, 개인용은 전체의 약 32%에 불과했다.

통화량도 미미했다. 하루 평균 1대당 통화시간은 2분 수준이었고, 월 10통 미만 이용자는 80여 대, 심지어 한 달간 한 통도 사용하지 않은 회선도 있었다. 초기 비용이 400만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극히 비효율적인 소비였지만, 이는 오히려 카폰이 상징성과 과시의 도구였음을 반증한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