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SKT-신세기 최종결합,
지배적 사업자 탄생

20부.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

by 김문기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과의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 역사상 전례 없는 과제에 직면했다. 바로 ‘시장 점유율 50%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1)


시장 점유율을 낮추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늘어나거나 경쟁사에 가입자를 넘겨야 했지만, 당시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신규 가입자는 한정적이었고, 고객을 강제로 경쟁사로 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런 조치는 SK텔레콤의 자체 경쟁력 훼손은 물론, 충성 고객 이탈과 유통망 붕괴를 초래할 위험까지 있었다.


SK텔레콤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무엇보다 신세기통신과의 화학적 결합을 서두르는 한편, 2001년 6월 말까지 아슬아슬하게라도 49.99% 이하로 점유율을 떨어뜨려야 했다. 외형 확장보다 해지 방어에 주력하고, 외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대신 조직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채택했다.


구체적인 조치도 뒤따랐다. 단말기 할부제도와 가입비 분납제도를 폐지했고, 일간지 광고를 중단했으며, TV 광고 집행량도 40% 축소했다. 불량 고객에 대한 직권 해지 기준을 3개월에서 2개월로 앞당겼다. 이 같은 조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림과 동시에 외부 유입보다 기존 고객 유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점유율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SK텔레콤은 또 다른 조건인 단말기 공급량 축소를 맞추기 위해 2000년 8월 30일부터 신규 단말기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2) 예상대로 공급 부족은 단말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기존 고객들 사이에서도 기기 변경이 어렵다는 불만이 커졌고, 소비자 피해가 확산됐다. 이에 SK텔레콤은 1개월 만인 9월 30일 단말기 공급을 재개하며 수습에 나섰다.


신규 가입자 유입을 차단하는 초강수도 단행했다. 2001년 3월부터 신규 가입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고, 4월부터는 아예 신규 가입을 전면 중단했다.3)


당시 SK텔레콤은 일간지에 “011, 017에 가입하시려는 고객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게재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광고하는 초유의 상황이었다.


가입중단 광고에는 “4월 1일부터 011, 017 신규가입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장 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호소하는 내용이 실렸다. 소비자 선택권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이 조치는, 시장 경쟁 환경이나 장기적 구조조정 관점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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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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