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부. 3G IMT-2000 출사표
2000년 5월 16일,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의 한 마디가 통신 시장을 뒤흔들었다. “IMT-2000 사업자 선정방식으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었다. 국민 의견수렴을 전제로 한 원론적 언급이었지만, 반응은 격렬했다. 통신주는 급락했고, 업계와 투자자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IMT-2000 사업자 선정 국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1)
주파수 경매제는 주파수 자원을 일정 금액을 써낸 사업자에게 할당하는 방식이다. 사업권까지 함께 부여되는 구조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채택된 방식으로, 선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999년 도입이 추진됐으나 국회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다. 당시에도 우려는 같았다. 재정부담이 소비자 요금으로 전가되고, 정부가 직접 산업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이 다가오자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본격화했다. 6월 13일, 정보통신부 주최로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동 주관한 1차 공청회가 열렸다. 사업자 수, 선정 방식, 기술 표준, 출연금 기준 등 주요 쟁점이 논의됐다.2)
사업자 수는 대체로 3개로 가닥이 잡혔다. 기존 사업자들은 이 구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유일한 신규 진입자였던 한국IMT-2000은 최소 한 자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사업자 수 결정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탈락할 것인가의 현실적인 싸움이었다.
선정 방식은 더 민감한 사안이었다. 기존 심사제는 정치적 개입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경매제 검토의 명분이 됐다. 그러나 전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데다, 기업 쏠림 현상과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컸다. 결과적으로 모든 사업자들이 경매제에 반대했다. 대신, 출연금 상한제 또는 하한제를 활용해 심사제의 객관성을 보완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기술 표준에 대한 논쟁도 불붙었다. 단일 표준을 선택하자는 주장은 SK텔레콤과 일부 장비업체가 주도했다. 동기식을 선택하면 기존 CDMA 인프라 활용으로 투자비를 줄일 수 있고, 기술적 안정성도 높였다. 하지만 글로벌 로밍과 시장 확대에선 불리했다. 비동기식은 반대로 글로벌 확장성과 국제협력에 강점이 있었지만, 국내 기술 준비도나 상용화 리스크가 컸다. 복수 표준은 이 같은 갈등을 피하면서 협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진영의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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