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변곡점 (3)

새로운 관점 1. 훈육책

by 캔디스

올해 봄 교회 수련회에서 기도하던 중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시선이 줄곳 나를 따라다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선은 나를 속박하였고 내 안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었다.

너는 가치가 없다

너는 사랑받을 만하지 않다

너는 잘못했으니 혼나야 한다


유년시절 이런 무언의 메시지들을 받았다.


우리 할머니는 50세가 되시기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셨다. 그리고 당신이 돌아가시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편을 그리워하며, 과부가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지내셨다. 예민한 성격 탓에 시집온 엄마를 타박하셨고 손녀인 나에게까지 잔소리와 언어폭력을 일삼으셨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 얼마나 나와 오빠를 차별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무의식에는 내가 할머니에게 남녀차별을 당했다는 기억이 새겨져 있다. 맞벌이로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할머니 때문에 늘 긴장했다.



아이들을 낳은 후 나의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과거가 나에게, 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첫째 아이가 4살이 되어 훈육할 나이가 되자 문제가 생겼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동생을 때리거나 규칙을 어길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때리고 있었다. 어른의 품격이라곤 없었다. 어느새 나도 할머니처럼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신경질 내고 있었다. 할머니만큼 무섭지는 못했기에 아이는 나에게 반항을 했고 더 예민하게 굴고 더 감정을 폭발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그 시절 할머니가 오죽했으면 나에게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 잘못은 흐려지고 기억은 미화된 채 나는 아무 잘못한 것 없이 할머니의 피해자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나 또한 여느 아이처럼 많이 어지르고 제멋대로 행동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늦은 나이에 손주 육아에 고생하셨겠구나. 생전 처음 할머니의 노고를 인정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그럼에도 내면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많이 용납해 주고 인내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인내하며 어질러진 방을 같이 치우며 치우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아이의 들뜬 감정을 수용해 주고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이제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나도 할머니처럼 우리 아이들을 나 같이 폭력에 억눌린 아이로 키울 것이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자기감정 표현에 편안한 아이들로 키울 것이냐. 답은 너무나도 분명했다.




뭐가 문제인지는 알았지만 익숙한 행동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화를 내면 안 되는데, 계속 소리를 지르고 욱하며 때리는 나날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훈육서에서 내면아이를 건드리는 문구를 봤다.


아이와 부딪히며 욱 하는 부분은 내 안의 '감정 폭탄'이 건드려져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이 감정 폭탄을 제거하는 것은 내면 아이의 상처가 치유되어 두려움 없는 참된 자아를 가질 때 가능하다고 한다. 먼저 상처 입은 나의 내면 안에 깊숙이 막혀 있는 슬픔을 쏟아내고, 상처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때 치유가 완성된다고 했다. 그 사건이 나에게 미친 좋은 점을 찾아내거나 성장의 계기로 해석해 해피엔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똑게육아 하트법칙 - 훈육 비법 전수, 김준희, pp101-105)




나는 이 방법을 적용해 보았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 서운했던 점, 그리고 감사한 점과 긍정적인 면까지. 지금까지 줄곧 할머니를 내 낮은 자존감의 근원이라고 생각해 원망해 왔는데 색다른 관점을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할머니에 관한 또 다른 중요한 관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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