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Turkey
터키 동부지역의 반 Van이라는 도시에서 호텔 체크인을 하고,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반에 왔으면 호수를 봐야 할 텐데, 날씨가 좋지 않군. Van Kedisi는 아는가?
"Van Kedisi?"
"Turkish Van. 반 고양이라고 하는데 흰 털과 오드아이를 가졌지. 예뻐"
"아저씨가 기르고 있어요?"
"아니, 대학교에 가면 볼 수 있어. 한 번 다녀와."
그렇게 아저씨 말만 듣고 무작정 대학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Üniversitesi!(대학교) Van Kedisi evi!(반 고양이 집) 두 마디만 하면 된다는 숙소 아저씨의 말만 믿고 나섰는데, 역시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작은 고생 끝에 전혀 '고양이의 집' 같지 않은 연구소 앞에 다다르게 되었다.
허름한 건물 주변엔 적지 않은 수의 고양이들이 철창 안에서 한가롭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불쌍하게 느끼기엔 귀티가 흐르는 자태에 감탄하면서 귀한 혈통의 반냥님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지나가던 대학생은 우리에게 혈통보전을 위해 여기서 연구하고 있다고 손짓발짓영어터키어를동원해 알려주었다.
금은요동, 오드아이, 헤테로크로미아 등으로 부르는 서로 다른 눈동자 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외의 대상이다. 신비로운 이야기의 주인공이거나, 미신 가득한 가십거리의 당사자이거나. 터키석 같은 파란 눈과 호박 같은 노란 눈, 거기에 기품 있는 흰 털까지. 반의 상징이면서 터키의 상징, 그리고 그들에게 허락된 격리된 미래.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 '은하영웅전설'의 특별한 주인공, 오스카 폰 로이엔탈을 떠올린다. 태어날 때 가진 서로 다른 색의 눈동자는 불륜의 상징이 되어 부모관계를 파탄내고 그런 유년기의 그늘은 훌륭한 재능을 결국 제국에 반기를 드는 데 사용하게 한다. 원치 않은 것을 가지게 되어 원치 않는 고통을 얻게 된 인생. 내게 다가와 쓰담쓰담 해달라는 반 고양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Location : Van, Turkey
Date : September 10, 2008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Epson R-d1
Lens: Helliar 15mm f4.5
Editing : Epson PhotoRAW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