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의미는 없다

by Aarushi

커피를 마시지 않은지 일주일이다. 막상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외려 기운이 좋아지는 기분은 무어람. 잠시 흐트러졌던 수면패턴도 회복됐다. 커피는 습관이었을지도. 이참에 커피를 끊어보기로 한다. 커피 대신 말차를 주문해 집에서 말차라떼로 아침을 연다. 창문을 활짝 열면 스미는 차가워진 바깥 공기와 가을 바람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내가 살아있음을. 오늘 아침도 무사히 일어났구나싶은 감사함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러면서 절로 내 안에서 솟은 문장들... "그래, 무엇이든,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나는 다 받아들이겠다. 절로 흘러가는 것이겠지. 절로 펼쳐지는 것이겠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을 즐겁게 살자!"


어릴적부터 엄마는 내게 늘 장문의 카톡을 자주 보내주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엄마가 내게 가장 자주 전하는 말은, "즐겁게 살자~^^", "네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아껴줘야해~^^"다. 지난 번 제주 산방산 도로 드라이브길에 내려 찍은 풍경사진을 보냈을 때 엄마는 "저 파란하늘처럼 네 마음도 항상 맑았으면 좋겠어"라고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래서 내 머릿 속엔 늘, "즐겁게 살자"라는 마음이 맴도는데 어느 날은 불안과 두려움과 걱정에 몸서리치다가도 어느 날은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금 즐겁게 살자.라는 문장 하나를 붙잡고 재밌게 즐겁게 살아나가기를 반복한다.


아침 일찍 좋아하는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곤 얼음 5개를 넣은 말차라떼 한 잔을 마시는 일, 소파에 기댄채 글 한편을 써내려가는 일, 이만한 아침 낭만이 따로 없다. 지금 내가 있는 그곳이 파라다이스라면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편안하면, 평온하면, 고요하면 그것이 내겐 행복이요 즐거움이다. 마흔이 다 되어서일까. 나는 부쩍 지나온 내 삶 그리고 삶과 사람 그리고 이 자연과 질서 그 자체에 대한 사유와 사색이 짙어진다. 그 농도가 짙어질수록 내려놓음과 수용, 감사, 사랑의 마음이 반짝인다.


나는 분명 죽는다.는 사실이, 인생이 이토록 찰나였구나.싶은 것, 그동안 나는 무엇에 그리 집착했는가? 나는 좋은 사람이었을까?싶은 것들... 절로 관조되고 알아차려지는 것들. 그 안에서 점점 선명해지는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소중한 살아있음. 살아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따금씩 실체없는 감정들에 스러질때면 생각이 나인가? 감정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나는 누구인가? 삶에 의미가 있나?라는 질문들을 붙잡고 늘어지기를 반복한다.


삶에 의미가 있나? 삶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삶이란 무언가 거창한 것일거라, 무언가가 분명 있을거라는 그 착각이 지난 시절 나 자신을 괴롭힌 것이었음을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명징하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삶엔 의미가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거창할 거 없이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 절로 펼쳐지는 것이라는 그 직관과 통찰이 내 삶을 더욱 안정되고 여유있고 고요하게 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마음 근력과 평온이다. 그리고 사랑, 감사, 친절, 수용의 삶이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을 명확하게 인식하며 살기 시작했다. 이제 마흔인데도 나는 늘 죽음을 상기하며 나는 언젠가 죽는다. 나는 분명 죽는다. 어쩌면 내가 지금 껏 살아온 시간보다 내가 살아있을 날이 더 적게 남았구나.한다. 그러면 날 휘감은 불안, 두려움, 걱정, 후회, 회한... 부정적 감정들이 일순간 사라지며 감사, 조이, 환희, 경이로움, 사랑의 에너지가 흘러 넘친다. 지금 이 순간만을 살게 하며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이어도 나는 괜찮아.라는 마음이 샘솟는다.


매 순간 절로 펼쳐지는 나의 사유와 사색들...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 살랑이는 가을 바람을 나는 앞으로 얼마나 경험하게 될까? 나는 행운의 삶을 어떻게 보내다 흘러가야 할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누가 뭐래도 나는 나로서, 나는 나 자신으로서, 내 길을, 이 세상에서의 나의 여정을 묵묵하게 걸어가면 되는 것이겠지. 인생 그리 심각할 거 없었다. 인생 그리 거창할 거 없었다. 인생 그리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체없는 허상을 붙잡는 삶은 이제 그만, 지금 이 순간이 늘 나의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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