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오차가 없다

by Aarushi

일주일째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고 있다. 리듬이며 가사며 내 마음을 더욱 살랑이게 한다. 자동차 창문을 열고 산뜻한 가을바람 맞으며, 머리카락이 뺨과 이마에 탈싹 붙음이 마냥 좋은 그런 낭만,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요즘이다. 문득 집을 나서며 내 안에서 인 문장은, "자연은 오차가 없다."였다. 어쩜 이토록 한치의 오차가 없을까. 살면서 오는 우연과 필연속 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스러움을 경험한다. 인연이든 삶이든,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 실은 자연의 운용이라면...


말차라떼를 이틀째 테이크 아웃하고 있는데, 어제와도 오버랩되면서 삶이란 이런 무료함, 반복, 평범함도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님을, 선물이게 됨을 알게 되는 일인 것 같다. 지난 시간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치고 살았을까? 살았는가?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나 자신이 강해진다는 건 지나간 것들에 더는 미련갖지 않는 것. 후회하지 않는 것. 흘러보내는 일이다.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은 어른이 된다는 건, 지나온 내 삶이 온전하게 이해되는 일같다. 자신이 걸어온 그 길을 안타까워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서글퍼하지도 그저 있는 그대로 그 삶속에도 늘 빛이 있었단 걸. 나는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 내면의 성장이겠다.


앨범을 들여다보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안에서 내다 본 그 겨울의 풍경 사진을 보게 됐다. 그 시절이 오버랩되면서 사진 너머 보이는 저 센 강 길을 따라 비오는 그 겨울, 하염없이 걸었던 내가 보였다. 뮤제 carte가 있어서 파리 시내 미술관 어디든 무제한으로 입장 가능했던 덕분도 있지만, 그 시절 루브르, 오르세, 조흐주 퐁피두, 피카소 미술관... 파리 시내 박물관과 미술관에 매일 같이 드나들던 것이 내겐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고흐의 그림 앞에 한참을 서있기도 프란시스 베이컨의 기괴한 형상의 그림들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 오기도 했다.


추억할 거리가 많다는 건, 지나온 내 시절이 참 아름답다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참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파리를 떠나기 전 파리지엔느 친구 제시카의 9살 딸 호만에게 겨울 패딩과 겨울 니트 몇 벌을 주고 왔는데, 그 옷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내주기도 했다. 파리에서 느낀 건 평밤함 속의 행복, 그리고 만족할 줄 아는 것,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모습들, 자기만의 멋.을 아는 것. 아날로그적 감성, 미적 감각...들이었다. 파리 현지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하는 질문이 일었고 돈, 부, 삶에 대한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도 있었다.


파리 3구 내가 살던 집 부엌은 내게 평안을 주는 장소이기도 했는데, 저녁이면 버터 듬뿍 바른 닭고기에 감자를 오븐에 넣어두곤 그 옆에 서서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모노프히에서 산 만 원 짜리 와인 한 잔에도 나는 참 행복해했다. 폐장 몇 시간 전 한산한 루브르의 저녁 분위기도 참 좋았다. 집 앞에서 걸어서 10분-15분이면 퐁피두, 피카소 미술관이 있었고 조금만 걸으면 루브르였다. 뚜벅이였던터라 이쪽으로도 갔다가 저쪽으로도 갔다가 결국은 나의 목적지를 찾는 그 산책이, 그 여정이 즐거웠다. 내겐 사색의 길이기도 했고 절로 걷기 명상이 되어주었다.


그땐 왜 파리였을까?, 나는 왜 하필 파리였을까? 분명 그 시절의 자연의 운용이지 않았을까.싶다. 결국 삶은 절로 펼쳐지는 것이니까. 그곳에서 내가 경험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겠지....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캐나다의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가보르 마테 박사 왈, 자신의 어린 시절 myself에게 해주고 싶은 말 중 하나는 "Let life unfold."였다. 데이비드 봄의 unfolding과도 오버랩되면서 삶은 절로 펼쳐지는 것. 절로 펼쳐지도록 두는 것. 직관적인 앎이다.


다가오는 마흔이 기대되는 이유는 거창하기 보단 이전보단 분명 내려놓음, 삶이란 절로 펼쳐진다는 걸 알아차릴수 있게 되었기때문이다. 그러니 집착할 게 무엇일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받아들이면 내게 일어나는 모든 게 온전히 이해되고 외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안아줄 수 있다.


인연을 생각하다, 삶을 생각하다, 맑은 하늘의 뭉게구름을 바라보다, 내 뺨에 스치는 살랑이는 바람결을 느끼다, 절로 내 안에서 솟아난 문장, "자연은 한치의 오차가 없다." 자연에 내맡기는 삶. 그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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