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어 낸 세계

by Aarushi

어젯밤 이제 자야겠다.하고선 움직이면서 핸드폰을 충전했다. 어두컴컴했던터라 충전단자가 어긋난 모양이다. 불을 켜고 보니 단자가 휘어져 고장이 났다. 내게 남은 밧데리 잔량은 32%. 예비 충전기가 없었던 터라 핸드폰 전원을 껐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오히려 잘됐어."였다. 비자발적으로 핸드폰과 완전히 차단된 것인데 전원을 아예 껐다는 사실과 꼬박 잠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외려 날 편안하게 했달까. 다행스러웠달까. 수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잠들기 전 잠깐의 핸드폰 사용만으로도 내 수면에 대한 방해와 수면의 질이 낮아진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서기도 하다.


창문은 반쯤 열어놓은 채 윗공기는 쌀쌀하고 침대 안은 보온매트와 새로 꺼낸 구스 이불로 따스한 공기가 가득한 포근함이 있다. 침대에 눕자마자 "캬하, 따뜻해. 이런게 행복이지..."했다. 화이트 구스 이불은 바스락 바스락거리고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겠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는, 그렇게 눈떠보니 아침이었다. 강제적으로라도 잠들기 전 핸드폰을 완전히 오프하는 걸 유지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여니, 겨울이구나.싶은 것이 말차 파우더에 따뜻한 물을 탔다. 홀짝홀짝 한 모금 한 모금 그렇게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해나갔다. 오래 전 자라에서 산 두툼한 레오파드 털 복숭이 느낌의 가디건을 입었다. 머리는 언제부터인가 질끈 묶고 다니는데, 단발이 애매한 기장이 된데다 머리를 질끈 묶는 것이 내 생의 의지를 다지는데 효과적이다.


나만의 사색과 사유는 늘 그렇듯 실시간으로 이어지는데,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이걸 입자고 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손이 간 게 아닌가. 내가 아침일찍 일어나 스타벅스 머그컵에 말차 파우더를 한 스푼 넣고 따뜻한 물을 넣어 마시는 것. 실은 나의 의도가 아니었는가? 몸 안에선 뇌의 명령으로 그저 내 몸을 움직였을 뿐이고... 나는 내가 만들어 낸 세계에 사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로 자기 만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직관적인 앎이 일었다.


그래서 세상이 내 안에 있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까. 그렇담 나의 서사는, 나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각. 나 자신이 변하길 원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의 이야기를 바꾸어야겠지?하는 생각들...


어제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드라마를 보고선 잠이 들었다. 김부장과 정대리의 대화 속 오가는 대사들이 공감이 됐다. 재밌게 보고 있는데 한편으론 내 부모님 생각도 나고 나의 그 시절도, 우리네 삶이 오버랩되면서 느껴지는 쓸쓸함도 있다. 오래 전 광화문 직장인이던 때 나의 모습도 생각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왠지 모르게 자기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각자 자기 만의 서사가 있다. 각자 자기 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란 자기 자신의 것이자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다. 가족관계에서든 직장에서든 우리 모두는 고군분투하면서 자기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지. 나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이 친절해야 하는 것이겠지. 친절과 다정함, 사랑을 베풀어야겠지...


쌀쌀한 바람이, 공기가 그저 반갑기만 한 건 왜일까? 바깥 공기와 다르게 내 안은 이토록 따수울까?하는 것이 있다. 내 안에 따스함을 유지하면 그 어떤 시련도 불안도 우울도 어려움도 역경도 실패도 실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 까짓 거 내 안의 따스함으로 그것들을 물들이겠지?


따뜻한 카페 안의 공기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캐롤이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것처럼, 또 그 모먼트가 날 기분좋게 하는 것처럼, 내 안의 의지가 다시금 파닥파닥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그렇게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야지.한다.


생사는 죽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내게 주어진 이 귀한 삶을 조금이라도 더 따숩게 더 즐겁게 더 재밌게 더 신나게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만들어 낸 이야기는 곧 나의 세계다.

다가오는 병오년, 나의 이야기를 잘 바꿔나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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