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반드시 견뎌내야 할 시간이었다

by Aarushi

이토록 차분하고 침착할 수 없는 일요일 오후. 이 분위기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시끌벅적한 도심 속 한가운데를 서성이고 있는 나보다 이젠 집에서 책 읽고, 노래를 듣고, 솥밥을 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혼자서는 굉장히 분주한 그런 모먼트가 더 편안한 나이가 됐다. 또 그러다 어느 날은 내가 사랑하는 광화문 어딘가 카페에 앉아 오랜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그 공기에 흠뻑 젖다 오곤한다. 아무 일 없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걸림이 없는 지금 이 순간이 나를 더욱 내면으로 들어가게 한다.


헤르멘 헤세의 책을 동네 산책하는 동안에 걸으면서 넘긴다. 걸으면서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란 것에 굉장히 신비해지게 된다. 머릿속은 책뿐이요, 몰입의 경험으로 그 속에 빨려들어가는데 나는 분명 절로 걷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경외로움을 느낀다. 할리 할러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자연스레 때론 강렬하게 빠져들어가며 나는 그렇게 인간의 본질,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그 시절 헤르만 헤세의 통찰과 지성에 나도 그와같이 동조 내지 참여를 통해 나의 내면 세계로 귀환한다.


나는 그런 방식의 지적임, 지적 세계에 관심이 있다. 나의 지난 고독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고독은 숙명이었던가? 숙명이었구나!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간은 내가 어느 시점 어느 선택을 하였건 그 고독의 운명만큼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직관적인 앎이 인다. 그것은 그 고독 끝에 맞이하게 될 빛으로 가기 위한 자연의 고도화된 계획이었구나. 이 우주의 섭리에 나는 또 한 번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것은 분명 반드시 겪어야 될 나 자신 만의 길이었구나. 반드시 견뎌야 할ㅡ 견뎌내야 할ㅡ 견디는 시간이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쯤 되었다. 한밤보다도 무척이나 깜깜하고 어두웠다. 새벽 1시의 그것보다도 더 짙게 어두웠다. 그걸 보면서 나는 혼잣말로, "그래, 동트기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지..." 끌리셰하게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더는 어둠이 두렵지 않게 됐다. 외려 그 어둠을 통해 다가올 나의 미래, 나의 빛을 점지하게 됐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눈, 눈빛을 보게 되는 이유도, 이것에 매료되는 이유도 실은 고독하지 않아본 자에게선 절대 나올 수 없는 아우라,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안의 지적 세계, 내면 세계가 풍부한 사람일수록내면이 절로 외면으로 확장돼 눈에서 그 특유의 아름다움, 빛이 발산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쎄함이란 실은 눈빛이 대부분이다. 눈빛은 기다. 기운 그 자체다.


지난 금요일 유난히도 하루 종일 마음이 걸림이 없고 차분하고 침착하고 고요했다. 순간, 흔들림 없는 고요란 이런 것일까.싶을 만큼의 강렬하면서도 편안하고 안정적인 것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무엇이 두려울까. 불안할까.싶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기적인 것인가. 들숨과 날숨을 아주 잠깐만이라도 알아차려보면 나의 이 망상과 집착과 환상이 이 얼마나 실체없는 것인지. 허무맹랑한 것인지. 어이없는 것인지.알게 된다. 진짜만 남고 가짜는 사라져버린다.


흔들림 없는 고요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걸 수월하게 한다. 보다 직관적인 삶을 살게 하고 두려움과 불안이 줄고 나아가게 한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취약했던 나의 스물 이런 고요함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 내 삶은 좀 더 나아졌을까?싶지만 모를 일이다. 그 시절도 지나와야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서른 초반 긴 고독의 예고편이 아니었을지. 나는 이 고독을 반드시 경험해야 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고독을 통해 성장해야만 빛을 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걸 깨닫게 되자 마음이 이토록 편안할 수가 없다. 고요할 수가 없다. 나는 그 시간 고전을 읽고 글쓰는데 몰두했다. 나의 이 내적 괴로움과 에너지를 정제하고 닦고 쏟아낼 만한 것은 책과 글쓰기 뿐이었다.


내가 고독한 사람이라 그런지 고독한 사람에게서 큰 매력을 느낀다. 밝고 가볍기만 한 눈보다 그 속에 슬픔도 있고 쓸쓸함도 있고 상처도 있고 외로움도 있는 그러면서도 맑은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그 깊이에 나는 푹 빠지게 된다. 자기 만의 세계가 풍부해지면 풍부해질수록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그와같이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고독한 자라서 고독을 아는 사람이라서 고독을 사랑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할 뿐이다. 삶에 대해 관조하고 마치 제3자처럼 절로 바라봐지는 일이란 매 순간이 성장의 장이요, 내면 세계의 놀이터다.


고독은 내게 필연이었다.

고독은 반드시 내게 찾아올 것이었다.

그 고독을 씹고 분해해 나의 것으로, 나의 내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일 또한 나의 시험 과정이었고 나는 그것을 반드시 통과할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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