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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May 29. 2024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학시절과 사회초년생이던 시절엔 버스와 지하철만 이용했고 아니면 한강시민공원 길따라 따릉이를 타거나 걸었다. 


직장인이 돼서도 출퇴근시 그게 빨랐고 정시성이 있었고 편했다. 퇴사 후 소규모로 개인적인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짐을 싣고 다녀야 했기에 차가 필요했다. 망설임 없이 차를 뽑았다. 


심각한 오판이었다(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 즉흥적으로 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지붕 뚫고 이불킥을 찬다). 왜 새차를 뽑았을까. 값싸고 쓸만한 중고차도 많았는데. 아니 그냥 사지 말았어야 했어...


2년 쯤 지나서 하던 일을 다 접고나자 차의 쓸모가 없어졌다. 그동안 이리저리 해외로 많이 돌아다녔고 서울집에 있는 날이 손에 꼽아졌따. 그 사이 내 차도 주차장에서 홀로 많이 외로웠으리라. 쨌든 또 다른 인생계획을 세우는데 차는 더 이상 불필요했다.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니 속된 말로 똥값이 돼 있었다. 


파리 시절은 진화된 뚜벅이였다. 파리 도시 자체가 워낙 작기도 했고 웬만한 거리는 1시간 이내로 걸을 수 있다. 교통비도 아끼고 건강도 챙길 겸, 주로 걷고 다닐 것을 감안해 파리 중심에 위치한 3구로 집을 구했다.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센 강이었고 센 강을 중심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면 길찾기가 쉬웠다. 


무엇보다 느릿하게 걸으면서 파리 골목길 구석구석마다 느낄 수 있는 그 낭만적인 풍경을 내 눈 속에 꾹꾹 담아야지.라는 마음이 컸다. 파리는 자전거, 라임(전동 킥보드)천국이다. 걷기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파리 살면서 더더욱 걷기 예찬론자가 됐다. 


그렇게 자동차는 나와는 아주 상관없는 것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곳에서 당장 내가 생활하기에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면 버스와 자전거, 걷기 뿐인데 이참에 중고차 하나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중고차를 사는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차를 샀다. 


그 중고차를 판 것도 벌써 작년이다. 그때 당시 내가 원했던 건, 파는 이 시점에 손해만 보지 않았으면.했다. 거래했던 중고차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난 지금 차를 팔아야겠고 헐값에 팔긴 아쉬운데. 견적이 나왔고 이 정도면 지금 파는 게 낫겠다 싶어 팔았다. 


차를 팔고 나니 내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불편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걸을 기회가 더 많아졌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걸어는 가야지 안은가.

목적지에 내려서도 마찬가지다.

건강까지 얻었다.


차를 없애니 불필요한 지출이 확연히 줄었고 현재 내 소비성향과 삶의 철학과도 아주 잘 맞다. 


요즘은 주로 버스를 애용하는데, 맨 뒷자리 오른쪽 한 좌석에 앉으면 그 버스 한 대가 나를 위한 전용버스라는 착각을 일게 한다. 


나를 실어다 주는 기사님이 또 얼마나 감사한지. 

재래시장 노상에서 채소를 팔고 퇴근하는 할머님들의 모습, 

중고등, 대학생들의 모습 등 다양한 삶의 군상이 선명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차를 제거하고 나니 언제든지 원하면 떠날 수 잇다는 생각에,

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참을 수 없는 그 존재 없음의 가벼움. 

홀가분했고 깨끗했다. 


소유에서 자유로운 자, 부자다. 

나 차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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