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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마음 작용

옷은 자유다

by Aarushi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내 삶의 시선과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스스로의 선택과 때로는 용기가 만들어 낸 인생의 파도와 부딪히며 쌓아온 나의 인생 역경과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확신은 곧 더 큰 용기와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의심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난 그렇게 또 한 번 성장하고 버티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는 요즘의 내 삶이 그저 사랑스럽고 내 인생 근육도 그마만큼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멋지다.


그러다보니 자꾸 내가 내게 기대려고 하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

내가 나를 의지하고 믿고 기대지 않으면 누구한테 기대하리.하고선 더욱 바짝 붙는다.


옷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까지. 명품이면 무엇할까. 내가 명품이어야지. 끌리셰하지만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무리 저렴한 옷이라 할지라도 내가 멋들어지게 우아하게 소화하면 면된다는 자신감은 있다.


몇 년 전부터 옷을 사지 않게 됐다. 옷을 소비하는데 드는 지출이 많지 않다. 사더라도 꼭 마음에 드는 것 딱 한 벌정도.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다. 삶의 가치관과 태도가 명확해지면서, 나를 알아가게 되면서 옷.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겨울 외투를 한 벌로 난 해도 있었고 똑같은 옷을 내내 입은 적도 있다. 그래서 한 번은, “초아씨는 왜 맨날 똑같은 옷만 입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예쁜 옷을 다 사고 싶은 마음보다는, 내 체형을 관리해 기존에 있는 옷을 잘 입는 것과 어떤 옷을 입어도 몇 만원짜리 옷을 입어도 밋밋한 옷을 입어도 초라해보지 않는 나만의 분위기를 쌓자.는 생각이 있다.


지금 내 옷 스타일의 기준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수수하지만 단출하지만 초라하지 않게. 그러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비싼 반지, 비싼 가방, 비싼 옷, 비싼 신발을 입는다 할지라도 그것을 입은 사람과의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내면이 아름답지 못한데, 내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채워지지 않았는데 비싼 명품을 입으면 무엇할까. 가장 중요한 건, 내면의 아름다움이다.


나.에 집중하면 할수록 나만의 분위기, 아우라가 외면으로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 어느 순간, 천원 짜리 반지도, 몇 천원 짜리 티셔츠도 옷도 신발도 가방도 초라하기는 커녕 멋스럽게 더 우아하고 더 개성있게 보일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인의 시선에 이토록 개의치 않음이란, 이십대의 내가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유익한 일이다.


예쁘게 아름답게 꾸미는 데 시간과 돈을 쓰고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의 나도 나고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 소박함으로 삶을 채우는데 시간과 돈을 쓰고 열정을 불태우는 지금의 나도 나일 테다.


지금 껏 잘 살아온 수고한 너에게, 많이 성장한 너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을 만큼, Tu es jolie! 넌 예쁘다고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른 후반이 되고 나니, 수수해졌다. 대학생 시절엔 청바지에 힐에, 레이스가 달린 링귀걸이도 차고 이국적인 느낌을 선호했는데, 직장인 시절에도 자유분방한 옷차림이었다.


그러다 서른 중반즈음 점점 수수한 옷차림이 좋아졌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뻐보이기 위한 옷차림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게 잘 어울리는 색과 소재.

이런 것들에 관심있다.


싸다고 여러 개 옷을 사는 것보다 내게 잘 어울리면 몇 만원 더 비싸도 좋은 소재의 옷으로 고른다. 그래야 질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옷이라. 잘 입는다. 입을 때마다 기분좋아진다. 나다움을 느낀다. 색도 은은한 색만 고르게 된다.


내 마음이 수수해진 걸까. 화려함 보다는 수수함 속에 반짝이는 사람이고 싶다.


오늘 굵은 반지 하나를 차고 나왔다.

기분에 따라 내 옷에 따라 반지는 달라지는데, 값비싸지 않은 것이라서 집착 또한 없다. 흠집날까 혹은 잃어버릴까 아쉬울 일이 전혀 없다. 자유로워진다.


반지.가 없으면 허전하게 됐다. 내 개성을 한 껏 살려주는 반지. 이 또한 나의 아이덴티티다.


내가 좋은 것이면 어느 것이든 상관하지 않는 것. 이것도 내 삶의 소소한 자유다. 나는 작지만 소중한 이런 사소한 자유를 내 하루에서 내 일상에서 시시로 경험한다.


내가 하면 기분좋은 것들 = 자유다.

그 의미란, 자유를 향유하고 만끽하는 사람 마음이다.


지금 내가 선호하는 옷은 디자인이 패턴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색도 화려한 것보다는 톤앤톤의 것들이다.


헤어스타일도 머리카락을 뒤로 길께 땋은 내츄럴한 것이 좋고신발도 운동화, 봄 여름엔 3-4cm의 웨지힐 샌들을 신는다. 백팩도 곧잘 메는데, 백팩을 멨을 때 양손의 자유로움이 좋다.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


무난한 가방에 키링거는 것. 소소한 기쁨을 준다.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엽전2개와 함께 달린 예쁜 키링을 선물로 줬는데 행운의 키링이라고 하니 볼 때마다 좋은 기운을 받는 기분이다.


삶이 익어가면서 내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외면의 아름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내면과 외면은 하나다.


체형을 관리하면, 외려 옷에 대한 욕심이 준다. 어쩌다 친구따라 옷가게에 들렀다가 휘둥그레 이것도 저것도 사고 싶은 생각이 일때가 있는데,그럴때면 지금 이는 이 감정이 단순히 욕망인지 아닌지를 체크한다. 대부분 필요가 아닌 욕망이다.


이런 저런 시기가 지나니, 서른은 분명 한 개인의 삶이 무르익어가는 과정이다. 아주 조금씩 자신의 인생을 이해하게 된달까. 삶과 사람을 사랑하게 된달까. 찰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앞으로 나의 옷에 대한 소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은 변하니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기대는 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참 단출한 내 옷장이 어느 날은 많아 보이고 번잡스러울 때가 있다.


진심으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람 사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내면의 부유함을 느껴본 나의 경험 덕분이다.


그러고보면 시각과 시선은 완벽히 주관적이다. 그러니 내 시선으로 올바르게 바라볼 줄 아는 일이, 때론 자기 자신을 관조하는 일이, 통찰하는 일이,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지금 현재 내 삶에 만족하는 것도 분명 내 시선에 달렸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젠 알 것 같다.


삶은 정말이지 찰나니까.

순간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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