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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식하는 삶은 아름답다

언제든 죽을 수 있다

by Aarushi

한 개인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기간이 있다.


죽음을 명징하게 인식할 때,

나는 더 용감해지고

나는 더 강해진다.


죽음을 인식하는 삶은 아름답다.


일상을 취향저격의 상태로, 새롭게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 가령 커피를 사러 가는 길도 한 길이 아니고, 빙 둘러가더라도 새로운 길로 가보는 것.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같은 하루가 아닌 날마다 새로운, 쌈빡한, 즐거운, 재밌는, 맛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늦은 밤, 인생 후르츠를 다 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노부부의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영화보는 내내 내 마음은 따뜻하게 데워진 소고기 스튜처럼 꼭 그런 모양새였다.


인생이란 무얼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산다는 건 뭘까.


평범한 소시민인 나에게 소소한 행복이란,

사랑이란,

삶이란,

무엇인지를 맹렬하게 가르쳐준,


그들의 삶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한 폭의 수채화같은 찬란한 삶을 보여준 주인공 노부부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일본 배우 키키 키린은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언젠가 죽는다고가 아니라 이제는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삽니다.”라고 했다.


어제 읽은 그녀의 책에서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소스라치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끌리셰하지만 정말 맞는 말이며 죽음을 인식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내 삶을 더 명료하게 선명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나는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

비관적이거나 염세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며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망설일 것이 없다.


하고 싶으면 그냥해.라는 문장이 수시로 날 찾아오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끔 내 세간살이를 보며 생각한다.

한 개인의 짐이 그것도 삼십 몇 년을 살아온 한 여자의 짐이 한 사람의 짐이 이리도 단출할 수 있을까.하는데 어차피 인간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거 아닌가. 내가 불편하지 않으면 되었고 이 단출함이 오히려 내 의식을 깨어있게 하고 명료하게 해준다면야 어찌 이 단출함을 놓치겠는가.한다.


서른 중반의 나이임에도 어떨 땐 꼭 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중얼거리고 혼잣말하고 행동할 때가 있다. 그렇게 내 삶에 무심할 수가 없고 덤덤할 수 없을 때가 더러 있다.


다 내려놓은 상태일 때가 솔직히 편하다.

뭐든 기대하지 않았을 때, 내려놓고 힘을 쭉 뺐을 때, 희한하게 외려 일이 더 잘 풀렸던 경험도 한 몫한다.


어제 늦은 밤엔 그제 선물로 받은 꽃다발을 풀어헤치고 꽃병에 담아 놓았는데 지금 바라보고 있자니 무튼 스타일링하는데에 나는 일가견이 있다면서 혼자 흐뭇해하고 있는 중이다.


뭔들 어떠하리. 다 자기만족, 다 자기 폼에 사는거 아닌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좋아하면 잘하게 되지 않던가.

개인적으론 나는 글쓰고 요리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명료해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나는 이전과는 달라지느 점이 하나 있다.


갖은 경험에서 쌓은 크고 작은 실패 덕분인지 이젠 서두르지 않고 가장 먼저 날 관찰하고 질문하고 통찰한다. 그래야지만이 날카로운 판단이 서고 분별할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나의 실행력은 말모다. 일사천리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 것.

그럴 때일수록 제3자처럼 그 문제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것.

나 자신을 먼저 알 것.

그 다음엔 망설이지 말 것.

실패하더라도 괜찮다는 것.

분명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험이 없다는 것.

어느 것 하나 날 성장시키지 않는 경험은 없다는 것.

인생은 원래 고통이라는 것.

고독은 필연이라는 것.


삶에 무심한 태도가 내 삶에 득이 될 때가 더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앞으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에 망설이지 말자고 더욱 확고하게 마음 먹는 요즘,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남은 내 삶,

어떤 그림들로 채워 나가볼까.

채워 나가야 할까.


어떤 색들로 물들여가볼까.를

생각하는 내가 되었다.


인생은 그런 것.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직시하고 껴안으면 그만인 것을.

그러면 자유로워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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