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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의 기쁨

소화력의 기본은 비움이다

by Aarushi

19시간. 어제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하고 일어난 터라, 다시 태어난 기분에 내 영혼은, 내 정신이 더욱 영민해진 예리해진 기분이다. 눈도 마음도 맑아졌다.


어제 오후 잠들기 전, 주문한 에어 써큘레이터가 방금 집 문앞에 배송 완료됐다는 알림이 왔다. 저녁에 집에가면 조립해야지. 조립하는 동안 가스레인지에 솥밥을 올려놓을 테고 뜸 들이는 동안 비벼먹을 드레싱도 좀 만들고 그러다 보면 아주 맛있는 저녁 한 끼.가 짠.하고 완성돼 있겠지. 오늘의 저녁 메뉴는 우삽겹 포케다!. 생각만으로, 후각구를 자극한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이내 배고픔을 느낀다던지. 오늘 뭐먹지?싶은 생각이 들면, 내게 일어난 일이 아무 일 아닐지 몰라. 견딜만 하구나.싶은 것이 내 슬픔이나 아픔의 척도가 될 때가 있다. "아직 살만하구먼, 그럼 됐어. 괜찮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괜찮아."하고 벌떡 일어난다.


모든 것이 그대로고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상에, 평온하다. 어제 숙면과 동시에 내 위장도 숙면에 들었는데, 점심쯤 커피 한 잔 마신 걸 제외하곤 아직 어떤 것도 내 입안에, 내 몸안에 넣지 않았다.


이 배고픔에 익숙해서이기도 하고 저녁에 더욱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내 나름의 의식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장을 오래 비워두면 둘수록 내 소화력은 높아지고 내 몸과 마음 건강에 유리하다.


견딜만한 배고픔의 기쁨과 즐거움.을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 진짜 배고픔에 익숙해지면 내 장속이 고요하다. 평온하다. 평화롭다. 어떤 것도 걸림이 없는 상태를 경험한다. 외려 과식하거나 쉼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었을 때 배고픔도 빨라지고 위장의 꾸르륵 거림과 꼬르륵 소리가 더욱 강렬해지고 잦아진다.


지금 느끼는 내부 감각이 진짜 배고픔.이구나.를 알아차린 차제에 나는 이 배고픔을 더욱 즐겨보기로 한다. 확실한 건, 배고픔이 밀려와도 어떤 걸 먹고 싶다거나, 무언가를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도 당기지 않는다. 그럴 땐 내 몸이 원하는 대로, 비워둠을 택한다.


비움이 곧 채움이라는 것,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 어디서든 적용가능한 무엇이다.

소화력의 기본은 비움이다. 비워두는 공간이 있어야 위장의 운동이 활발해진다.


내 몸과 마음이 어딘가 불편함을 느낄 때, 내가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먹는 것, 음식.인 이유다.

현재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내 식습관은 어떠한지.를 알면 문제가 선명하게 보이곤 한다.


진짜 배고픔이 밀려오는 상태에서의 내 요리는, 더욱 창의적이게 되고 풍성하고 맛있게 된다.

좋은 마음으로 건강한 마음으로 잘 담아낸 한 끼.

내 몸안에 들어갔을 때, 어떤 작용을 할 지.분명하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 건강한 마음 습관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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