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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23. 2024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 행복

장이 편안해야 행복해져요 

일요일 오후. 한가롭다. 이런게 바로 유유자적한 삶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주말이면 난 행복한 한량이 된다. 집순이다. 보슬보슬 비내리는 오후, 창문 블라인드는 반쯤 내려가 있고 내 방에서 보이는 초록 나무 한 그루가 보일락 말락 하는 풍경. 빗방울 소리의 향연. 그 모든 것이 조화로운 오후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 내 삶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 거실엔 서큘레이터를 켰다. 1단으로 잔잔한 소음을 더하고 살짝 어두운 정도의 빛에, 조명 하나를 켜놓았다. 패브릭 소파에 기대어 양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하고 있는 지금, 신선이 따로 없다. 장자가 말한 오유지족의 삶이 이런 게 아닐까. 내 마음이 평온한 상태. 어떤 것도 걸림이 없는 상태. 즐거운 상태. 


글을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신기하달까. 희한하달까. 글을 써야돼.라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그저 내 의도가 그리 된다는 건데, 의도가 생기니 내 손가락이 절로 키보드로 가는 수밖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글을 어렵지 않게 휘뚜루마뚜루 써 내려갈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글쓰기는 내게 엄청난 몰입감을 주고 그 몰입감은 날 황홀하게 하기도, 내 정신을 맑게 깨어있게 해준다. 글쓰기는 내겐 명상인데, 몰입이자 알아차림 그 자체다. 


몰입으로 글 한편을 쓰고 나면, 문득 이런다. "조금 전까지 글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나인가?" 다소 심오하지만 이런 질문이 늘 내게 인다.  


고백하건대, 나의 글쓰기는 이십분도 채 되지 않는다. 몇 분, 몇 십분이면 글 한편이 되는데, 그 짧은 순간의 몰입은 내 삶의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준다. 


완전한, 완벽한 행복이란 게 있을까. 행복이란 내겐 거창한 그 무언가가 아니라, 순간순간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과 만족감과 충만함과 황홀감과 편안함의 빈도다. 그래서 서큘레이터 바람에 소파에 앉아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림에도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에도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장이 편안할 때다. 현재 내 삶을 이루는 기둥 세가지,

1. 잘 먹고(내게 잘 맞는 건강한 음식 먹기) 

2. 잘 자기(꿀잠, 수면의 질과 시간)

3. 운동과 명상

이 세가지가 기가 막히게 돌아가면, 삶의 변화가 찾아온다. 순간순간이 하루 하루가 활기차고 건강하다.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해 매 끼 챙겨 먹는 일은, 귀찮음이 아니라 설렘이고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장 손쉬운 가장 효과적인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다. 


성인이 된 후 변비가 생겼다. 원인은 마음에서 놓아주질 않아서, 생각이 많아서, 정신에서 기인한 것도 있었겠고 무엇보다 가장 먼저 식습관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변비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제2의 두뇌라고 하는 장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먹는 것을 하나하나 살펴보았고 좋지 않은 식습관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직접 해먹는 걸 지켜나가기 시작했다. 과식하지 않기. 군것질 하지 않기. 주스와 같은 음료 마시지 말기. 따뜻한 물 마시기. 내 소화력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장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장이 건강하니 내 마음이 편안해졌고 내 감정이 좋아졌고 내 마음이 편안하니 몸 또한 건강해졌다.     


장이 건강하면 피부도 좋아진다. 비싸고 좋다는 화장품을 사는 대신, 질 좋은 식재료를 사는데 쓴다. 영양제를 먹지 않는 대신 장 운동이 활발할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에 쓰는 편이 내게 이롭고 유익하다. 장 건강을 케어하면 피부 관리는 절로 된다. 이 또한 나만의 방식일진대, 나이들수록 많은 면에서 자연적인 것, 자연스러운 방식에 가까워진다. 그 흐름이 나는 그저 반갑다. 


잘 싸고 난 직후 감정에 즉각적인 변화가 온다.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매 번 느낀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이 세가지가 잘 유지되는 삶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내겐 이 세가지 기둥 그 자체가 웰니스다. 


끌리셰하지만, 내가 늘 달고 사는 말인,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어김없다. 이 말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적용가능한 마법의 문장이다. 


지금의 나는, 내 마음의 평온을 가늠할 때, 내 장을 들여다본다. gut feeling에도 진심이 되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내가 편안한지. 아무 것도 걸림이 없는지. 내 장이 있는지도 모를만큼 장에 대한 감각이 무감각하면, 나는 아, 내가 지금 편안하구나. 평온하구나. 건강하구나. 가늠한다. 


장의 상태, 내 정신건강의 상태이자 척도다. 


매 끼니 직접 요리해 나에게 대접한다. 습관이 된 지 오래라, 날 위한 차림도 몇 십분이면 뚝딱이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도 주말이면 혹은 가족모임이나 사람들과 만날 때면 한없이 자유롭게 되는데, 평소 습관이 올바르면 어쩌다 한 번은 괜찮다는 생각이다. 이런 행복마저 없으면 어떡하나.한다. 


그땐 주전부리도, 디저트도 잘 먹는다. 평소에 억지로 안먹는다기보다 정말이지 당기지 않아서가 이유다. 내가 한 음식이 가장 맛있다. 포만감이 풍부한 재료들과 매 끼니 먹기 때문이기도 하고 군것질이 당기지 않는다. 그래서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잘 먹는다. 


주스나 음료수도 먹지 않는다. 이 또한 전혀 당기지 않는다. 

커피만큼은 예외다. 커피의 즐거움과 기쁨 마저 없으면 아니된다.^^


서른 일곱. 지금의 내가 가장 만족스럽다. 화려했던 시절보다, 젊고 예뻤던 시절보다, 나란 사람을 알아가면서 깨닫게 된 것들에 대한 탐구. 크고 작은 깨달음. 사유와 사색, 통찰, 지혜를 하나씩 하나씩 내 삶에 적용해 나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무렴 어떤가.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 삶은 내가 주인이다. 내 삶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삶이다. 평소 방방뜨는 마음이나 기운을 경계하는 편인데,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니 음이 있듯.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고 안좋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온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어서기도 하다. 


문득, 잠에서 깨어 눈뜰 때, 불현듯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잠깐만, 정말이지 인생 찰나야. 3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 곧 7월이잖아? 허걱, 이 소중한 시간! 놓칠 수 없어!"하며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다.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너는 무엇을 시도했나?"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지금의 나는, 질문하는 삶이 되었다. 

질문하지 않는 삶은 내겐 죽은 삶과도 마찬가지다. 

 

이 오후, 내 장이 지금 편안하구나.하는 알아차림에서 시작된 나의 글쓰기는 또 이런 방식으로 귀결되었다. 희한하리만치 사유와 사색과 알아차림에서 시작된 나의 글은 늘 삶의 통찰과 크고 작은 깨달음으로 귀결된다. 이 또한 나인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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