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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n 23. 2024

화장하지 않은 내 얼굴을 사랑하게 되었다

조촐한 내 삶처럼 화장품도 조촐하다. 내 안에 집중하다보면, 내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 충만함이 어떤 것에서도 자유롭게 한다. 외면과 내면은 하나다. 외면도 중요하고 내면도 중요하다.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데 외면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면이 아름다우면 외면이 아름답고 외면이 아름다우면 내면도 아름답다고 믿는다. 


그 아름다움이란, 아우라이자 분위기이자 매력이다. 


이목구비가 큰 편이고 이국적인 얼굴을 가졌다(우리나라 미인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실 화장하지 않아도 큰 차이가 없다. 주변에서도 화장하지 않은 게 더 낫다고 하는데. 예전의 나는 눈 화장에 열심이었다.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는 꼭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왜 그리 화장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자연스럽게 연하게 하고 다닐걸?싶지만 그땐 또 그 모습이 나는 좋았으리라.한다. 


무튼 지금의 나는 화장하지 않는다. 화장하지 않은 내 얼굴을, 내 민낯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지금의 나는, 내 민낯이 예뻐 보인다. 아무 것도 손대지 않은, 더하지 않은 피부가 굉장히 자연스러운데다 꼭 자연과 같고 싶은 내 마음 같아서다.  


썬크림은 꼭 발라야 한다고 하는데, 썬크림 그 특유의 끈적임이 불편해 바르지 않는다. 장시간 햇빛에 노출을 피하는 편이 내게 더 맞다. 약산성 클렌징 하나, 토너, 비누, 크림 하나, 아이브로우 펜슬이 전부다. 이젠 화장이란, 아주 어쩌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하는, 특별한 일이 됐다. 


아이라인과 뷰러, 마스카라와 리퀴드 파운데이션은 그때를 대비해 버리지 않고 메이크업 파우치에 두었다. 화장하지 않은 내 얼굴이 이토록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건, 나 자신을 진짜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는 것과 같다. 


어린 시절 짙었던 내 화장은 가면이었겠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언가였을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을 제대로 몰랐던, 나 자신을 외면했던 시기였기도 했겠다. 


화장해서 화려한, 예쁜 모습은 진짜 나인가. 

누굴 위한 화장인가. 

내 스스로가 원하는 것인가. 


어린 시절엔 화장을 해야 예쁘고 예뻐 보이고 누군가가 사랑해 줄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땐 그렇게 화장을 했겠지.싶다. 


지금의 나는, 화장하지 않아도 또 외적인 예쁨이 아니어도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날 아름답게, 예뻐 보이게 해줄 고급 화장품이란 걸 잘 안다. 


외면에 비친 모습이 아니라 그 외면 너머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고 때가 되면 그런 사람이 날 또 기가 막히게  알아볼 것이란 믿음이 있다.    


잘 먹는데도 살이 잘 찌지 않는 몸이 됐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서인데, 잘 배출하니 피부도 정말 좋아진다. 피부관리를 위해 피부과를 다녀본 적이 없기도하고 관리 받았을 때의 상태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피부는 타고난 부분이 있다는 생각과 경험적으로 먹는 걸 잘 관리하면 피부에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는 걸 알게 돼서 서른 후반인 지금의 내 모습에도 걱정이 없는 편이다. 


화장을 안해서인지 립스틱은 또 어쩜 이토록 내게 어울리지 않은지. 림밥 하나 남겨두고 립스틱도 다 버렸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에 립스틱이 내겐 도통 어울리지 않아서다. 본래 까무잡잡한 피부라 내게 꼭 어울리는 립스틱을 찾는게 어려웠는데, 이젠 그런 고민도 필요없게 됐다. 


화장하지 않으니 삶이 편해졌다. 화장 하나 하지 않았을 뿐인데, 외출 준비 시간도 이토록 짧을 수가. 수수하고 자연스러워진 얼굴 만큼이나 내 옷차림도 자연스러워지고 수수해지고 심플해졌다.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유지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는 것과 그 건강한 바이브에 자기 만의 자연스러운 얼굴과 헤어 스타일을 갖추면 자신 만의 아름다움 곧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그 매력이란, 내가 매력있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가 절로 느끼는 것이다. 나는 그런 바이브와 매력에 대한 애정이 있다.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진짜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를 발견하는 기쁨.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의미이자 갈망이다. 


화장하지 않은 내 얼굴을 진짜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무엇을 가진 나.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나. being의 상태의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의 아주 소소한 방증이다. 


그 소소한 방증이 모여 내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 준다. 

내 삶의 가치는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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