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글쓰기를 시작해

by Aarushi

지난 밤 정수리 위로 손바닥을 펴 살짝 대고 있으니 심장박동 처럼 뇌근육이 수축됐다 이완됐다하는게 느껴졌다. 신경쓸 일이 있거나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앗. 지금 스트레스 받고 있구나. 또 생각이 많아지고 있구나. 부정적인 생각이 일고 있구나.알아차린다.


우울감도 밀려 왔다. 알면서도 이렇게 불현듯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 실체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걱정, 염려 결국 다 생각이라는 것도 아는데ㅡ 1분 만에 5분 만에 10분 만에 쉬리릭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가장 즉각적인, 효과적인 방법은 몸을 움직여 재빨리 밖을 나가는 것이다.


이보다 더 한 일도 살면서 많이 겪는데, 별 거 아니야. 오히려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러는 거야.하면서도 지난밤 열병처럼 앓았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초아야, 쉿! 지금. 여기! 집중. 생각은 내가 아니야. 생각은 일어난 것일뿐. 실체 없는 거 알잖아. 금방 지나갈 거 알잖아. 늘 겪으면서. 이 한 생각으로 오늘 소중한 나의 하루를 보내서는 안되겠지? 일어나자!"ㅡ


"어떤 일이 일어나든, 무슨 일이 있어도 오케이. 늘 잘 이겨냈고 늘 잘 지내왔어. 그러니까 정말 괜찮아. 그럴수록 침착하게. 차분하게. 알았지?" 계속해서 내 안을 들여다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언니네로 마실을 다녀왔다. 큰 조카가 요즘 도라에몽을 즐겨보는데, 원래부터 도라에몽 애청자인 이모와 소파에 딱 붙어앉아 낄낄껄껄.봤다. 내 노트북엔 오래전부터 도라에몽 스티커 하나가 딱 붙여있는데 이모가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조카는 마치 이모와 엄청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듯 더 반가워한다.


변기구조와 원리에 빠져있는 둘째 조카의 설명도 들어가며 왔다갔다하기도 그 사이 언니와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도. 어느새 쓸데없는 걱정과 사특한 감정과 생각이 사라졌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선 내려놓는게 맞다. 받아들이는 게 유익하다. 한 생각 다시 돌이키고 일으키니 "그래, 될대로 되라지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래 파도야 불어라. 내가 잘 타보마. 들어와 들어와! 이런 일이 뭐 한 두번인 줄 아니? 난 늘 잘 지나왔고 잘 극복해왔어. 익숙해. 난 또 잘 이겨낼테야.!" 용기가 불쑥 일었다.


내 안에 시시로 이는 두려움이나 불안, 걱정, 염려, 슬픔, 우울은 실은 집착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알면서도 마음은 이따금씩 날 이런 방식으로 시험하려든다. 마음이 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단단해졌는지 정말이지 꼭 확인하려는, 시험해보려는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저녁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집으로 왔다. 햇빛이 쨍쨍하니 빨래 돌려야지. 세탁기가 윙윙 잘도 돌아간다. 사실 나를 비롯해 모든 것은 늘 평온하다. 평안하다. 편안하다. 고요하다. 문제는 늘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내 관점과 태도, 대응방식이었다.


어제 그제 받은 스트레스도 마찬가지다.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더 나은 방식으로, 더 유리한 환경으로, 더 유익한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게 대응을 잘 하면 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 왜 이렇게 일시적으로 무너지는지. 감정이 날 잠시라도 잠식하게 내버려두는지. 아쉬울 때가 있다. 다행히도, 이전처럼 오랜 시간이 당연히 아니라는 것. 몇 분, 몇 시간 내 휘리릭 사라진다.


어떨 땐 열병처럼 몇 시간 혹은 딱 하루. 아주 그냥 끙끙 앓아버리게 둔다. 그러고 나면 훨씬 더 상황이 선명하게 보이고 현실직시가 제대로 되곤 한다. 어젯밤 잠들기 전 머리가 아파올만큼 끙끙 앓고나니 오늘 아침 모든 게 분명해졌다. "지난 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나는 왜 그토록 아파했는가. 힘들어했는가?"


그러곤 침대밖을 나와 산책겸 언니네로 마실을 갔다 온 것이다. 걸어가는 내내 "주말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나는 정말이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내게 말을 걸어보자. 주의를 내 안으로 돌려, 나를 만나자. 까짓 거 뭐. 으랏차차!"요로코롬 의지를 다졌다.


글쓰기란, 내겐 일상이 삶이 되었다지만, 누군가가 내게 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삶 그자체 라고 답할 것이다. 그마만큼 글쓰기는 내게 밥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나 마음이 가라앉거나 마음에 먹구름이 밀려올 땐 하루에 몇 번이라도 글쓰기를 한다. 늘 그렇지만 의도적인 게 아닌 마음이 원해서, 마음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다.


점심 먹고 소파에 앉으니, 내 안의 소리가 들렸다. "우울할 땐 글쓰기를 시작해!" 동시에 노트북 키보드에 손이 절로 갔고 제목에 내 안의 소리 그대로 적었다. 나는 내 안의 소리에 굉장히 충실한 편인데, 분명 이 글을 쓰고 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과 기분이 될 것임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글쓰기는 언제나 날 살린다. 글쓰기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란 걸 확신할 수 있을만큼, 삶의 고비고비마다 날 일으켜준, 날 안아준, 날 보듬어준, 날 사랑해준, 날 보호해준, 날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귀한 것이다. 글쓰기와 책과 나는 늘 하나다.


우울할 땐, 날 꾸미는 것도 효과적이다. 화장을 평소 하진 않지만, 감정이 이런 날은 어디 나가지 않아도 한 껏 메이크업을 한다. 곧장 지울 것이란 걸 알면서도 메이크업으로 생기가 더해진, 아름다워진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의지와 용기가 생긴다.


글쓰기 전, 스크러빙 마스크를 양 볼에 펴발라 놓았다. 세수를 하고선 도서관에 들러 책 빌려와야지. 삼십분 내 거리로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하다 와야지. 소소하게 사소하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너무 느슨하지 않게 의식을 다잡고 순간순간 즐겁게 맞이해야지.


현재를 살지 못하면 불행해진다는 걸, 너무도 처절하게 여실히 깨닫게 됐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직 순간순간만 존재할 뿐. 찰나를 살 뿐. 현재에 집중하면 뭐가 그리 두려울까. 집착할게 있을까. 불안할까. 걱정일까. 결론은 늘, 귀결은 한결같다. 순간순간 즐겁게 살자!^^


모든 것은 다 내 안에 있다. 그 어느 것도 탓할 게 없다. 그 어느 것도 잘못된 게 없다. 휴. 한 시간 남짓 뇌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군.온몸으로 느끼면서, 호되게 앓으면서도, 자꾸만 날 시험하는, 어떨 땐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 것 같고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꾸만 집을 나가는 마음은 정말이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마음과는 싸우는 건 소용이 없구나.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겠고 마음은 평생 나와 함께일 것이구나. 결국 마음을 바라보는 내 관점과 태도, 대응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어느 날은 마음이 내게 퍽퍽 강펀치를 날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지만, 그러려니,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겠지. 그럴수록 내 현재 기운과 에너지를 돌아본다.


"초아야, 우울할 땐 글쓰기를 시작해!" 훅 들려온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마음이 맑게 개었다. 그러고나니 "초아야, 도서관에 가서 책 좀 빌려오자. 버스타고 잠깐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까? 지금 후딱 나갔다오자!"한다. 오케이. 그렇다면 나가자!. 나는 내 안의 소리엔 이토록 착하고 성실하다.


토요일 오후, 훅 하고 들어온 우울에 나 자신을 잃지 않았다. 우울함을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우울해하지 않는데도 우울에 침잠하지 않는데도 우울에 빠지지 않는데도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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