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후리스

by Aarushi

이른 저녁을 먹고 옷정리를 하다 올해 초 겨울, 잘 세탁해 걸어놓은 화이트 후리스가 보였다.

이 화이트 후리스를 요리조리 살펴보다, 글감삼아 기어코 글 한편을 쓰고야 만다.


겨울이면 흰 후리스를 즐겨 입는다.

퐁퐁한 것이 귀엽고 또 따뜻하다.

가볍고 편안해서 자주 입는다.


흰색 후리스하면

파리 살던때 버스에서 만난 멋쟁이 할머니가 떠오른다.

파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멋쟁이다.


지금 내 것과 같은 흰색 후리스에

무릎 밑까지 오는 스커트에

살색 스타킹에 단화로 깔맞춤했는데

그 모습이 단출하면서도 멋스러워 보였다.

차분했고 고상했고 지적였다.


6구 아니면 7구에서 탄 버스안에서였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절 파리 젊은이들보다도

파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패션에 눈길이 갔다.

내 시선은 늘 그런 쪽이었다.

클래식하면서도 클래씨하면서 지적이면서

오래된 것들... 빈티지 감성 가득한 것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


후리스 양 주머니에 양손을 넣으면 금세 손에 온기가 느껴진다.


길게 늘어뜰인 검은색 백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곤 터벅터벅 길을 걸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은,

"초아야, 그래도 잘 살았다."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직관적으로 그렇게 내뱉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그런 말이 나온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지나보니 막상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심각할 거 없었다.

사소한 것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지나온 것은 아닌지.

이제 더는 그러지 말자고.

어차피 나는 죽는다. 집착할 것도 아쉬워할 것도 다 무슨소용일까.


사는 날까지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우뚝 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겹겹이 쌓인 밀푀유처럼 촘촘히 쌓아져 나갔으면 한다.


경험적으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이란 그런 것.

나답게 살자.

자유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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