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사색 14

by Aarushi

#따뜻한 딸이었을까

외로움을 넘어 고독과 친구가 된 지 꽤 오래 되었다.

외로움과 고독은 순전히 다르다.


얼마 전 친한 언니와의 통화에서,

무슨 말 끝에 나는,

"나는 외롭진 않아. 외롭진 않은데 늘 고독하지."


고독이 편해졌고 그렇게 고독이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 않을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는 생각은

조금은 날 위로하는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제주사는 엄마가 바다 앞에서 내게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그때 내 마음이 아주 힘든 시절이었는데,

엄마도 혼자였다.

엄마는 밝은 모습으로 활짝ㅡ 환하게 웃는 얼굴로

"딸~ 초아야! 바다 보이니? 뭐하고 있었어?"

엄마는 바다를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아님 엄마 자신도 혼자인 그 시간, 엄마의 외로움과 고독을

딸에게 위로 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엄마 생각이 갑자기 났다.

눈물과 동시에 엄마가 보고 싶다.


나는 엄마에게 좋은 딸이 아니었다.

제 멋대로의 이기적인 딸.로 인해 엄마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셨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속으로 삼키셨을까.


나만 상처받은 것이 아닐텐데.

나는 늘 그렇게 나.만 힘들었고 나.만 상처받은

전혀 멋스럽지 않은 딸이었다.


올해는 엄마가 살고 있는 제주에서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올 겨울엔 제주 바다를 엄마와 함께 볼 수 있기를.


곧잘 생각하곤 한다.

나는 과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서른 후반. 언제라 한들 이젠 노산의 나이인데.

결혼을 한다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어떨 땐 아이는 선택일 수 있다.

나의 배우자와 이야기 나눌 일이다. 혹은

내 생엔 어쩌면 아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하는 그런 생각들이 이따금씩 일 때가 있다.


이런 마음도 있다.

언젠가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를 낳는 날,

나를 낳았을 우리 엄마.생각이 앞서지 않을까.

그때서야 우리 엄마 마음을 나는 이해하게 될까.


왜 지금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어른인 걸까.


나 자신 그리고 가족을 어떠한 마음 없이 무한히 사랑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내 엄마도 내 아빠도 모두 다 엄마가 아빠가 처음이었으리라.

엄마 아빠 이전에 여자였고 남자였고 누군가의 귀한 딸, 아들이었다.


한 개인이었고 한 소시민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내 앞을 가리는 건, 그런 부모님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방향에서든

부모님은 널 사랑해.

너도 부모님을 사랑하잖아?


그러니까 잘하자. 후회하지 말자.


사랑이 살린다.는 괴테의 말은 큰 울림이 있다.


지금껏 살아보니,

정말이지 진짜는.

결국은.

"사랑"이었다.


#좋은 딸이었을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빠의 뒷모습에서 그의 슬픔과 상처와, 외로움과 고독을 읽는다.


대학생 시절이었던가.

명절 할머니댁에서 체해 앓아 누웠던 적이 있다.

그날 아빠는 딸의 손과 발을 꽤 오랜 시간 주물러주며 내 곁을 지켜줬다.

그 기억이 선명하다.


그날 나는,

"아빠가 딸을, 날 진짜 사랑하는구나. 이게 부모 마음이구나."

를 느꼈었다.


나이 들어가며 좋은 점은,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

부모님의 마음을 아주 조금 깨닫게 된다는 것.

부모님의 삶과 내 삶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 나가게 된다는 것.

조건없는 사랑.이 무엇일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것.


부모님에 대한 사랑만큼은,

부모님에 대한 깨달음만큼은,

늦은 깨달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깨달음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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