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사색 18

by Aarushi

#고전의 이유

나이든 헤르만 헤세의 실제 사진을 좋아한다.

꽉 들어맞는 뿔떼 안경,

무언가 이지적이면서 지적이면서 섹시하다.


황야의 이리.를 폈는데 첫장부터가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딜 무렵의 헤르멘 헤세. 설명과 함께 젊은 시절 헤세의 흑백사진이 보였다.


나는 한참을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뿔떼 안경 알을 기필코 기어코 뚫어버리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그의 눈에게서 앞으로 만날 그의 세계를 조금은 짐작하고 싶었다.


황야의 이리.를 왜 이제서야 읽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흡인력이 몰려왔다.

마치 스펀지 빨아들이듯 나는 그렇게 주인공 할러가 되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며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첫 장 부터 제목이

"하리 할러의 수기.

-미친 사람만 볼 것."

미친 사람만 보라.는 문장이 날 사로잡았다.

"여기 미친 사람이 보고 있다."라고 답하고 싶었다.


아직 앞부분 조금 밖에 읽지 않았는데,

이미 시작인데,

자기 자신을 황야의 이리.로 칭하는 할러의 모습에서

나는 나를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헤르멘 헤세로 돌아가,

대학시절부터 헤세.라는 이름이 좋아

언젠가 아기를 낳으면

이름을 헤세.로 지으면 어떨까.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유효한데,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자니.

역시 헤세다.하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헤세와 나를 연결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을까.싶다.


이 글 끝,

노트북을 끄면,

"나야말로 고향도, 공기도, 양식도 찾지 못하는 짐승, 낯설고 알 수 없는 세상에 길을 잘못 들어선 짐승" 황야의 이리.라 칭하는 할러를 만나러 갈 것이다.


그는 평범한 내 일상 속 내 영혼을 일깨워주는

고독한 자의 고독한 벗이 되어 줄 것이다.


고전은 질문하게 한다.


#2024.1.1 메모

2024년엔,

가족과 더 많이 시간보내기.

부모님께 마음으로 더 잘하는 딸 되기.

날 더 많이 사랑해 주길.

날 더 많이 아껴주길.

날 더 많이 보살펴보주길.

사람을 사랑하길.

따뜻한 온도를 가진 사람이 되길.

너그러운 마음 가지길.

좋은 에너지와 기운을 전달하는 생기있는 사람이 되길.

사랑하는 사람 만나 사랑하길.

여전히 내 밥벌이 하는 단단한 사람이길.

건강하기.

몸과 마음 외면 내면 모두 균형잡힌 섹시한 사람이 되길.

자유로울 것과 섹시할 것.


지난 나를 용서하길.

지난 나를 수용하길.

지난 나를 이해하길.

지난 나를 포용하길.

지난 나를 안아주길.

지난 나를 이제 그만 놓아주길.


지난 나를 너머,

굽이굽이 먼 길 돌아온

지금의 나.를 마음껏 사랑해주기.

지금의 나를 마음껏 안아주기.

지금의 나를 마음껏 포용하며 벅찬 마음으로 살기.


돌이켜 보니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일도,

내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없었다.


모든 것이 날 깨우쳐주기 위함이었고

날 가르쳐주기 위함이었다.


모든 것은 결국 내가 겪어야만 했던 일이었으며,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아닐까.


나.는 누구인지.

나는 왜 태어났는지.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왜 사는지"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그 답을 찾는 여정에 확신이 생겼다.

늦은 것은 없다.


나는 이러한 질문들을 가지고

나의 남은 삶을 좀 더 촘촘하게 때론 늘였다 조였다를 반복하며,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결국은 사랑.이라는 것과

세상은 참 아름답다.


서른 후반, 늦은 깨달음으로 사는 요즘의 내게

세상은 정말이지 눈부시게 아름답다.


2024 무엇보다 사랑이 하고 싶다.

평소 예감이 좋은 나는,

올해 왠지 모르게 느낌적으로

누군가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온 우주의 기운이여, 내게로 오라. 저는 그 무엇이든 마음껏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라

전화 한 통화에 마음이 상했다.

별 일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말에 내 마음이 상한 건 분명했다.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숨을 골랐다.

숨을 들였다 마셨다를 반복하며.


지금 내게 이런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

이기적인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

예쁘지 않은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

그래서 이렇구나.

릴렉스 하자.

캄다운 하자.

이렇게 나를 다독였다.


내 마음의 소리는 이러했다.

"사람을 사랑하라."


"그러지 말자.

상대방이 너한테 잘해준 걸 떠올려봐.

이런 마음 안 예뻐.

이런 마음 올라오지 말자.

그리고 네가 조금 더 주면 어때?

네가 조금 더 베풀면 어때?

쪼잔하게 굴지 말자.

얕게 굴지 말자.

좁게 굴지 말자.

좋은 마음으로 대하자

좋은 마음으로 넘기자."


내 안에서 끊임없이 이런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고 나니,

내 안이 굉장히 맑아졌다. 깨끗해졌다.


알아차리는 걸 곧잘 하면서도,

이따금씩 아니 어떨땐 수시로 밀려오는

예쁘지 않은 미운 마음이 들 때면,

나도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깨달음과 이런 건 별 갠가.싶을 때가 있다.

삐죽한 마음이 가시길 가만히 바라기보단,

이럴 땐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일가기 전, 한 시간 여 남기고

서둘러 도서관으로 왔다.

노트북을 켰다.

많이 가라앉았다.


올해가 가기 전,

지난 나의 것들을 복기해볼 것.

내년 계획을 촘촘하게 세워볼 것.

노트에 적었다.


"사람을 사랑하라."

내 안에서 분명하게 일어나는 소리.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낮과 밤의 사색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