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시인이었다.
어릴적부터 엄마가 내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와 카톡메시지는 시적 산문이었고 꼭 시같았다.
제주에 왔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꽉 껴안았다. 그렇게 1분여쯤 지났을까. 나는 그 따뜻함 속에 스며들어 눈물을 글썽였다. 나이가 들어가서일까. 아주 조금 철이 들어서일까.
이젠 엄마가 나의 엄마가 아닌 한 소녀이자 한 여성 나아가 한 인간, 영혼으로 보인다. 엄마의 지나 온 세월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엄마를 무조건 사랑하기로 했고 존중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죽어가는 존재다. 분명한 사실 앞에서 무엇이 이해되지 못하고 무엇이 슬프고 무엇이 아프고 무엇이 안타깝고 무엇이 화나고 무엇이 서운하고 무엇이 짜증스러울까. 죽음 앞에선 그 어떤 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없다. 소용 없는 것이 된다.
집밥이 이토록 그리웠는데 깍두기에 삼겹살에 제주에 도착한 늦은밤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자식에게 그게 무엇이든 자기 것을 내어주려는 어미의 마음이란 진정 사랑이겠지.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딸은 그렇게 눈물을 삼킨다.
엄마가 일하는 시간엔 혼자 자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제주의 영롱한 바다앞에서 고요함을 만나고 싶었다. 주저없이 산방산 해안도로로 차를 몰았다. 내 안의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듯 그러면서도 실은 한없이 고요했다. 이토록 차분할 수가 없었다.
제주 바다에서 부는 파도의 크고 작은 몸짓과 소리,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취해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완전히 그곳에 내맡기고 있었다.
알아차리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곧장 엄마에게 보냈다. 몇 초 되지 않아 엄마에게 답장이 왔다.
"저 파란하늘처럼 니 마음도 늘 맑았음 좋겠어."
나는 그 자리에서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눈물의 의미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지난 시절에 대한 회한도 있고 엄마의 사랑도 있고 감사함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인생에 대하여, 찰나에 대하여, 꿈같은 것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의식에 대하여ㅡ 자연과 우주에 대한 타는 듯한 경외감이었다.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문장들, 낱말들의 실. 내게 엄마는 정말이지 사랑가득한 비범한 사랑스러운 시인임에 틀림없다. 엄마 덕분에 왈칵 쏟아진 눈물은 십 여분 간 수돗물 터지듯 콸콸콸 쏟아지고 나서야 조금씩 멈추었고 순간 추스르기 어렵던 감정들도 가라앉았다.
이토록 맑고 개운할 수가. 이번 제주여행에서 엄마에게 수시로 한 말은,
"정말이지 꿈같아..."였다. 절로 튀어나오는 말들... 독백같기도 한.
지나간 시절이, 세월이 정말이지 꿈같다는 것.
엄마가 내게 보내온 메시지,
"저 파란하늘처럼 니 마음도 늘 맑았음 좋겠어."는 내게 사랑의 징표처럼 그렇게 내 가슴 속에 알알이 박혔다. 내 심장을 쏜 것도 모자라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다.
나는 다짐했다.
엄마에게 정말 감사하기.
"엄마 정말 감사해요." 소리내어 말한다.
그러곤 내 안의 나에게 말한다.
"엄마에게 정말 감사해야해요."
사랑은 사람을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