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준비를 하고 있다. 몇 달전부터 자꾸 이사를 가야겠다. 환경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인 것. 직감적으로 내 안의 소리였다. 어디로 갈지.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 새해가 왔다. 확실한 건 몇 달 이내 이사를 할 것이라는 것. 조금씩 조금씩 비울 건 비우고 살림을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워낙 단출한 살림살이다보니 28인치 캐리어 4-5개 정도면 이삿짐이 충분한 정도다. 굵직한 가구라곤 이케아 2인용 소파정도니 실은 이사하는데 큰 부담은 없다. 다음은 어디일지. 내 안에서 이끄는대로 그렇게 내맡겨볼 생각이다. 절로 펼쳐지겠지. 길이 있겠지.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날 용기있게 한다.
봄이 오기 전엔 이사를 마무리할 생각인데,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삶, 늘 생각하기만 했던 걸 실현해보기로, 자리이타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내 안의 무엇이 솟구쳐 오른다. 분명 이전과는 다른 것이다.
집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집 안 온도를 보니 14도-15도다. 실은 평소에 난방을 잘 켜지 않는다. 침대 위 매트 안으로 쏙 들어가기만 하면 따뜻한데다 굳이.하는 생각과 난방비 절약도 되고 집 안을 조금 차갑게 하는 것이 내 면역에도, 내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는 생각에서다. 설거지하거나 씻을 때야 당연 온수를 틀고 어느 날은 방 안 공기를 따뜻하게 한 뒤 끄곤 한다.
가끔 이토록 단출한 내 살림살이를 보고 있자면, 새삼 그렇구나.싶으면서도 살아보니 사람 사는데 그리 대단한 것이, 무엇이 많이 필요하진 않구나.를 실감한다. 다음에 이사할 곳은 좀 더 코지하고 좀 더 따뜻하게 꾸며 볼 참이다.
제주에서 엄마가 보낸 택배를 기다리고 있는 오후다. 벌써 주말이구나.싶은 것이 순간이고 이토록 찰나다. 날짜를 세는 일이, 그리 의미가 있을까.싶기도. 순간에 머무르는 것 앞에 실은 시간도 날짜도 소용없는 것이지 않을까.
한가로운 오후ㅡ 이렇게 편히 쉴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넌지시 말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라고.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두꺼운 책을 분철 주문해 배송받았다. 왔다갔다 요긴하게 잘 읽을 수 있기 위해서였는데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내 취향의 영상도 찾아보고 설거지하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짐 정리하고... 산다는 게 정말이지 이런게 아니고 무얼까. 별다를 거 없는 일상이라서 실은 더 특별하고 깊고 너른 것이다.
나이들어가니 자꾸 공부하고 싶어지는 건 무엇일까. 이 또한 내 안의 소리겠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더는 미루지 말고 등록해서 배우기로 한다. 지나보니, 일년이 이렇게 훌쩍 가고 나니 드는 생각은, "이럴줄 알았더라면 그냥 뭐든 해볼 걸. 인생 뭐 크게 달라지는 거 없잖아. 용기 내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또 반복할테야?..."
글이 절로 날 부를때, 의식=스토리텔링이 날 부를 때 글쓴다. 순전히 내가 원할 때, 내가 하고 싶을 때, 글쓰는 것처럼 나는 왜 내 인생을, 내 삶을 이렇게 이끌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있다.
글쓸 때 나 자신이 되듯. 왜 나는 다른 것에선 이토록 두려움과 불안 가득한 것일까? 왜 자기 자신이 되기를 주저하는가?하는 것들... 다행인 건, 나이들어가니, 마흔 가까이에 서니 한편으론 "까짓 거."라는 호기로움과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약속 있을 때 광화문역 아니면 여의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기도 한데 그 특유의 바이브가 좋다. 나의 20s 추억이 오롯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나의 옛 발자취를 걷는 기분에, 그 바이브에 흠뻑 젖는 것도 날 살게 한다.
며칠 전 약속이 있어 광화문역에 갔다. 교보문고는 빼놓지 않고 들리는 편이고 포비카페도 자주 간다. 광화문역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그땐 그랬지..."하는 아쉬움과 쓸쓸함도 있다. 다 소용없는 것인 줄 알면서도. 과거도 기억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곧잘 느낀다. 공주병인 것이 아니라, 어딜 들어가도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외모는 전형적인 한국 미인형이 아닌데다 다소 이국적인 개성있는 외모란 생각이 있는데, 사람들이 내가 예뻐서 쳐다보는 것일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 내 눈빛이 아닐까. 내 안광이지 않을까.하는 것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녀할 것 없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질 땐, 분명 어떤 에너지, 분위기, 아우라이지 않을까.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한 편인데, 그럴때면 생각한다. 내면에서 절로 뿜어져 나오는 것에 대한 에너지란 실로 강력한 것일 수 있다는 것과 내면의 빛, 내면의 외연으로의 확장, 질문하는 삶... 그 외 많은 내적 요소들이 켭켭이 쌓아질 때, 그것이 드러나는 사람에게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눈빛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건, 그런게 아니었을까. 눈동자의 맑음과 눈빛에서 오는 분위기였다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그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면의 드러남이었다면 나름 잘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마치 이 세상 다 산 사람같은, 내려놓음에 익숙한 사람, 왠지 삶에 초연한 듯한 사람의 바이브였을 수도 있겠다.
이번엔 유독 강렬한 인상이었는데, 길을 걷다가도, 들어가는 곳마다 꽤 여러 번,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도 몇 있었고 혹은 눈이라도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면 말을 걸 것 같은, 다소 강렬해서 "나의 에너지가 많이 올라온 건가? 많이 성장하고 있구나?..." 나를 돌아보게 했다.
무엇보다 사랑과 친절함을 가진 눈빛이, 눈동자가 따뜻하고 맑은 사람이고 싶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친절하게 되었다. 연민하게 되었다.
감사하면 감사함 가득한 맑은 눈빛이지 않을까.
사랑하면 사랑가득한 사랑스러운 눈빛이지 않을까.
친절하면 친절가득한 친절하고 다정한 눈빛이지 않을까.
눈빛은 거짓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