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안녕 그리고 나아감

by Aarushi

아침 일찍이 한 시간 여 걸었다. 만 보 이상 걷는데, 그렇게 걷고 오면 정신이 맑아지고 기분이 개운하다.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뜨거운 안녕>을 반복재생해서 들으며 산책로 한바퀴를 반복해 걸었다. 그러다 일순간 내게 훅 들어온 나비가 내가 걷는 길을 외롭지 않게 했다. 처음엔 시선을 그곳에 두고 걸었는데, 어느 순간 또 나타난 나비 앞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할아버지 생각을 했다.


걸으면 한없이 알아차려지다가도,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타다닥 정리가 되곤 한다. 어느 장면이 떠오르기도하고 어떤 대화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따스한 아침 햇살에 내 어깨가 닿는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본래 까무잡잡한 피부에, 까무잡잡한 피부라, 구릿빛 피부라 여름이면 더욱이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혹시 태닝하셨어요?" 그 정도인가.싶지만 까무잡잡한 피부덕분에 건강해보이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서 더 타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이젠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나도, 그렇지 않아도, 타서 조금은 촌스러워보이든 아니든, 고급스러워 보이든 고급스러워보이지 않든, 내겐 그것이 진짜 내가 아님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외모와 몸매에 대한 강박이 내게 더이상 관심사가 아니게 됐다.


실제로 건강한 것, 잘 먹고 잘 자는 것. 실은 그것이 다다. 걷는 걸 워낙 좋아하다보니 걷기는 숨통이 되어준다. 이 아침 걷다가 문득, 작은 아빠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작은 아빠는, "항상 중요한 건 나아감이야. 실수든 실패든 누구나 할 수 있어. 항상 중요한 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아감이야. 거기서 나아가지 못하면 삶이 괴로워지거든. 나아가면 되는 거야."


나아감. 나아간다는 것. 실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모든 곳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된다. 나아감. 부쩍 생각하고 곱씹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부쩍 마음이 편안하다. 평온하다. 고요하다. 걸으면서 한 생각 일으켜진 것은, 내가 부모가 되어보지 않았다고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는 것. 어젯밤 아빠와 통화하면서 끝에 아빠는, "딸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아빠 나도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끊었다. "나는 과연 내 부모에게 좋은 딸일까? 좋은 딸이었을까? 부모를 힘들게 한 딸이 아니었을까?"


곧 마흔인데, 나아감.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인다. 나아간다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닌 건너감이요,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회광반조의 삶이 이토록 내가 사는 세상을, 나와 관계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하는가. 지금의 나는 정말이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러워보이고 아름다워보인다.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길가다가 어느 곳에서나 마주하게 되면, 내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나면서 이 모든 사람들이 내 할아버지 할머니같다. 우리 모두는 필멸자이며, 언젠가는 스러져 갈텐데 정말이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정말이지 서로 사랑하고 친절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인다.


뜨거운 안녕. 불만족스러웠던 나 자신과도, 사랑하는 할아버지와의 안녕도, 내 지난 모든 추억, 삶과 뜨겁게 안녕한다는 건 이별이 아니라 건너감이다. 나아감 그 자체다. 안녕은 끝이 아닌 넘어감과 옮겨감이란 걸 이젠 너무도 잘 알게 된 나이가 됐다.


나아가려면 뜨거운 안녕.이 있어야 한다. 묻고 따지지 말고 그저 지금 여기. 현재에 머무는 삶,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이겠다는 수용과 감사, 존중, 사랑...의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겐 나아감이다.


나아가는 삶은, 아름답다. 고요하다. 평온하다. 평안하다. 편안하다. 그곳엔 감사와 사랑, 존중, 친절, 수용이 가득하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

나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

나에게 친절하고 타인에게도 친절한 것.

나를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하는 것.

나를 수용하고 타인을 수용하는 것...

실은 하나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데,

너와 나는 하나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는 그 마음이 날 더욱 상냥하고 친절하게 한다.


나아감을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란 생각이 있다.


나아감엔 경계 없다. 그곳엔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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