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혼자 지낼 수 있는 지혜

by Aarushi

혼자서도 참 잘 논다. 혼자일 때 가장 편안하고 평온하고 고요하고 즐겁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이토록 사랑하게 된 지 꽤 되었다. 이십대, 이십대 초중반, 서른 초반 광화문 직장인 시절만 하더라도 퇴근 후나, 주말이면 친구들이나 동기들과 만나 북적북적하고 요즘 핫플레이스라는 카페를 가거나 사람들과 약속잡는 일이 많았는데, 또 그땐 그것이 재미였는데 지금은 그것도 다 한 때 였음을 알게 됐다.


혼자 산책하는 것과,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 한가로이 숲길을 따라 천천히 드라이브하는 일, 씨네큐브에서 내 취향의 영화를 보고 나오는 일,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일, 뚝딱뚝딱 요리하는 일, 빨래를 돌린 뒤 뽀송뽀송하게 말린 침구류나 옷이나 수건을 살포시 개어 놓는 일... 내가 하면 기분좋아지는 것들을 하면 내 순간순간이 굉장히 촘촘해지고 살뜰해지고 알뜰해지고 담백해진다.


아우렐리우스나, 에픽테토스, 세네카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의 책을 좋아하는데, 평온한 가운데 그들의 책을 읽고 있자면, 절로 알아차려지고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부분이 있다. 녹색이 만연한 작은 수풀 들 사이, 혹은 숲속의 벤치에 앉아 새들의 지저귐이라든지 바람결을 벗삼아 책장을 한장 한장 넘겨나가는 일은 즉각적으로 나는 지금 여기에.있음을,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게 한다. 게다가 고요한 정적 속에 내가 호흡하고 있음을, 들숨 날숨을 명징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절로 명상이 된다.


가끔 20s, 30s의 나.를 돌아볼 때가 있다. 절로 그리 될 때가 있는데 "참 그땐 그랬었지..."싶은 그리움도 있고 아쉬움도 섞여있다. 그러면서 그 끝은 항상, 그랬던 모습도 나요, 저랬던 모습도 나요, 지금의 나도 나지...한다.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야지.한다.


매 순간이 선택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잘때까지 모든 것이 나 자신의 매 순간 선택으로 꾸려진다. 삶이라는 것도 이 선택들의 총체인 것처럼. 그 어떤 선택도 잘못된 것이 없음을. 완벽한 완전한 옳은 선택이란 건 없음을 나는 이렇게 지리멸렬한 시간을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옳고 그름이 무엇이 중요한가?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은 없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일이란 것도. 모든 것은 다 내 안에 있다는 걸.


광화문과 여의도를 제일 좋아하는데, 너무 시끌벅적하지 않으면서 내가 자주가는 곳들만 가니 그 동네에 가면 참 평온해지는, 편안해지는, 지난 시절이 참 아름답게 그리워진다. 그러니 자주 찾을수밖에.


약속도 무조건 광화문 아니면 여의도다. 이젠 새로운 곳을 막 돌아다니거나 찾아다니는데 흥미가 없다. 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들, 낭만이 여전히 서려있는 곳들, 내 안의 심연과 낭만을 샘솟게 하는 곳들을 가는 것이 날 더 평온하고 편안하게 한다.


지나보니 젊음도 다 한 때였음을. 시끌벅적함이 좋았던 때도 다 한 때였음을.

가장 큰 건, 밖에 나가보아도 결국 그리 갈데가 없다는 것, 밖에 나가보아도 그리 할 것이 없다는 것, 밖에 나가보아도 그 때뿐이라는 것, 일시적일 뿐 모든 것은 변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부터다.


혼자 만의 고독은 내게 선물이다.

혼자 만의 고독을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라 믿는 구석이 있다.

혼자 만의 고독엔 사랑과 존중이 있다.


고독은 늘 그렇듯 혼자 고요히 지낼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한다.

나의 고독은 독서와 글쓰기로 점철돼 간다.

어떨 땐 나의 고독이 너무 깊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지만, 혼자 고요히 지낼 수 있는 지혜를 알게 되면, 나의 고독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내게 이로운, 유리한 방식으로 고독이 잔잔하게 고요하게 알맞게 스며든다.


사람을 볼 때, 눈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눈빛이 깊어보인다는 건,

때론 눈빛에서 그 사람만의 우수, 혹은 고독이 느껴져서기도 하고, 그런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아우라와 분위기 바이브가 내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고독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고독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자기 자신과의 지리멸렬한 대화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내 안에 전체가 있고 전체 안에 내가 있다.

나와 친하면, 나와 다정하면 외롭지 않다. 외려 그 고독 속에 가득참이 있다. 텅빔으로써 가득차 있다.


가끔 "정말이지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즐거워서야. 어쩜 좋으니?ㅎㅎ" 한다.

나의 고독은 날 성장하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친절하게 하고 존중하게 하고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한다. 그러니 나의 이 고독을 나는 이토록 사랑할 수밖에.


혼자 고요히 지낼 수 있다는 건,

어느 면에서든, 이롭다.

고독을 통해 내 안의 심연을 만난다.

내 안의 심연을 통해 나는 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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