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사지 않는 이유

by Aarushi

옷정리를 했다. 옷 가짓수가 한 눈에 들어와서이기도 하고 실은 정리할 게 별로 없으면서도 나는 곧잘 정리하고 내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본래 유행과는 거리가 먼데다, 누가 뭐래든 내 스타일의, 입었을 때 편하고 남이 아닌 내가 보기에 예쁜 옷을 입는다. 옷을 고르고 입는 기준이 남이 아닌 나에게 있다.


평소 쇼핑을 잘 하지 않는다. 옷이나 가방, 신발에 드는 지출이 거의 없는 편인데, 일부러 사지 않는 것은 아니고 정말이지 필요하지 않아서다. 자라옷을 줄곧 입어와서 어쩌다가라도 마음에 드는 옷이 있거나 사야겠다 싶으면 겨울 자라 세일 때 사둔다. 그런 알뜰함이랄까. 살뜰함을 좋아하는 성미다.


주로 롱스커트를 입는데, 롱스커트를 차곡차곡 개어놓았다. 여름에도 크로쎼 스타일이나 니트짜임이 있는 상의를 맥시하게 입는데, 상의들도 가지런히 얌전하게 개어 놓았다. 내일 할머니댁에 갈까 싶어 전에 입으려고 사둔 여름 니트 반팔 가디건을 꺼냈다. 잘 세탁해 놓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인데, 왠지 나보다 할머니에게 어울릴 거 같았고 소재도 부드럽고 퐁퐁하고 좋아서 할머니도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다.


내일 챙겨가야지.하고선 잘 개어 쇼핑백에 넣어뒀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그러고보면 나 참 옷 잘 안사...ㅎㅎㅎ 나는 왜 이토록 옷을 사는데 감흥이 없어졌을까?" 본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게 맞는게 광화문 직장인 시절엔 특히나 자라에서 옷도 잘 사고 하이웨스트 H라인 스커트에 블라우스도 많이 입었더랬다. 구두도 신었고 무튼 커리어우먼 스타일로 잘 꾸미고 다녔던 그 시절의 내가 있다.


그 시절의 내.가 보면 정말이지 놀랄 일이다. 지금은 화려하게 보이거나 예쁘게 보이거나 있어보이거나 부티나보이거나 하는 것엔 도무지 관심이 없으니 말이다. 그보단 정말이지 분위기가 아름다운, 미인이세요 혹은 예쁘세요.라는 말보다 "아름다우십니다."라는 말이 나는 훨씬 듣기 좋다.


어젠 20대 친구들로부터 "힙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름답다고 했는데, 힙해보인다와 아름다운 것이 양립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튼 확실한 건 유행이나 명품과는 거리가 먼 자기 취향대로 사는 특히 옷에 자유로움이 있는 사람이다. 섹스앤더시티의 캐리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 내츄럴하면서도 다소 히피스러운, 보헤미안 감성도 있다.


대학시절 들고 다니던 카멜색의 탄탄한 가죽 빅백을 직장인이 되어서도 한참을 들고 다녔을 정도다. 세월과 함께 깊어지는 가죽가방의 색과 소재를 좋아한다. 물건을 쉬이 들이지 않게 된 것도 있다. 마음에 들어서 한 두개 사놓으면 그때 뿐 내 마음은 금세 시들해지고 차라리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딱 골라 사용하는 것이 이롭다. 아쉬움이 있어야 귀한 줄 안다는 말이 딱 맞다.


텀블러도 선물 받아 어쩌다 보니 3개가 됐는데, 실은 텀블러도 줄곧 그래왔고 하나면 충분하다. 세개나 되니

애정이 확실히 덜해진다. 내 취향의 텀블러 딱 하나. 그것이 날 더 살뜰하게 하는 것이 있다. 우산도 마찬가지다. 여러개를 들이는 것보다 내 취향의 디자인이라든지 색의 우산 하나면 충분하다.


분명 서른 후반의 옷장이라고 하기엔 정말이지 옷이나 가방, 신발도 없는 편인데다 살림살이 역시 확연히 단출할텐데 아무렴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내가 만족하면 되었고 오히려 꼭 필요한 물건들로 채우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 있다. 물건과 함께 내 정신이, 내 마음이 쉬이 흐트러지지 않게 되는 것도 있다.


옷에 들어가는 지출이 없다보니, 대신 장을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것, 건강한 식재료들을 사는데 쓴다. 옷이, 이것 저것 마음에 든다고 해서 덥석 사는 일이 없다. 실은 체형을 관리하면 내 몸을 건강하고 가볍게 관리하면 어느 옷을 입어도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옷을 입어도 예뻐보이는 마법이 있다. 그래서 옷을 사는 것보단 차라리 내 몸을 관리하는 편이다.


옷가지라든지 살림살이조차 정말이지 간소한데 이것마저도 많아 보이니, 웃음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땐 활짝 미소짓곤 네 마음이 좋으면, 네 마음이 편안하면 되었다.고 말해준다. 실은 남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관심이 없지 않나. 나의 경우엔 그런 편이라 나 자신이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즐겨입는 롱스커트에 하늘하늘한 니트 짜임이 있는 상의, 여름엔 정말이지 매일 입는 스타일이 된다. 가방도 3-4개도 많게 느껴지는 건 무어람. 신발도 가방도 실은 내가 일상에서 주로 혹은 자주 사용하는 건 한 두개인 걸 감안하면, 뭘 그리 들일 것이 있나.싶다.


노트북도 꽤 오래썼다.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듯한데 충전도 되었다 안되었다하는 걸 보니, 게다가 이곳저곳 크랙이 생긴 걸 보니 아주 요긴하게 지난 몇 년간 잘썼다 싶은 것이, 바꾸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덥석 사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글쓰는데, 혹은 작업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뿐더러 절로 수명이 다해 사용 불가능.이 되었을 때라야 진짜 바꿀때다.라는 생각이 있어서다.


옷을 잘 사지 않는 나의 태도는 옷 뿐만 아니라 내 일상 소품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을 보게 되면 살 때가 있지만, 그마저도 자라옷이니 지출이 그리 크지 않다. 어쩌자고 나는 옷이라든지 가방이라든지 신발이라든지 감흥이 없는 것인가. What i have 가 What i am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것이 과연 나일까.

내가 가진 건 얼마든지 변한다.

진짜.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것을 나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은 괴로워하는 것이 아닌가? 물건도 기.의 반응이란 생각이 있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듯 나와 함께하는 물건들에게도 관심을 준다. 그러면 집 안에서든 밖에서든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태도가 기분좋고 긍정적이고 낭만있게 된다.


옷을 사지 않는 이유는 시시할만큼 단순하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인데, 그보단 내 눈빛의 순수와 맑음을 유지하는 일, 내 체형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


옷이나 신발, 가방보단, 내면의 아름다움을 피우면서 그것이 외면으로 확장되는 나만의 분위기, 아우라, 매력, 섹시함. 나는 그것에 관심이 있다.


내면과 외면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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