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보단 기운인 이유

by Aarushi

일하러 가기 전, 보통은 10-20여분 미리 도착해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주변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 명상을 하다 들어가곤 한다. 아주 잠깐이라도 내 안으로 침잠해 고요를 만나고 나면 생각이 걷히고 내 시야라든지내 정신이 맑아지면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유난히도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의 고요는 정말이지 고요하지 않음으로써 가득찬, 그런 기분이 된다. 빗방울 소리도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 내면으로의 침잠을 나는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떠나신지 불과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난 뒤 온 가족의 일상으로의 복귀, 일상으로의 회복이 이토록 잔잔한 것을 보니, 이토록 고요한 것을 보니 죽음이라는 것에 대하여ㅡ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ㅡ 찰나라는 것에 대하여ㅡ 직관적인 앎이 인다.


나이 들어갈수록 무언가 주저함이 없어진달까. 망설임보단 행동하게 된달까. 호기로움 가득한 거침없음과는 분명 다른 성미다. 서른 후반, 이제 곧 마흔이 된다는 사실과 나는 분명 죽어가고 있다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주저함이 없게하고 망설임없게 한다. 정말이지,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살까? 모를 일이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해? 무엇이든 네 마음가는대로 연출해봐? 실은 현실이라는 것이, 인생을 산다는 건, 나 자신이 되어간다는 건, 내 인생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연기자가 되는 게 아니라 연출자가 되는 거 아니겠어? 삶은 절로 펼쳐지는 것, 그러니 네 마음대로 해!" 나와의 내면소통이 쉼없이 이어지길 반복한다.


글쓰기는 내게 전혀 부담이 아닌, 힘들지 않은, 나와의 내면소통을 극대화시키는 명상이 되어준다. 글 한편 쓰고 나면 뭐랄까. 다시금 읽어내려갈때면 "내가 이런 표현을 썼구나."싶을만큼 나조차도 생경할 때가 있다. 일순간 몇 십분 동안 고도의 몰입감을 경험하고 난 뒤 기분이란, 야단법석이나 호들갑스러운 것이 아닌, 지극히 편안하고 고요한 것이다.


늘 생각하는 건, 외모보단 기운이다, 분위기다.라는 건데, 실은 눈빛이 다다. 그 사람에게서 품어져 나오는 그 자신만의 기운, 아우라, 분위기, 눈빛, 기세, 언어, 태도, 말투, 목소리... 실은 그 모든 것의 총체가 기운이자 분위기, 아우라겠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볼 때, 외모 혹은 피지컬이라든지 보여지는 외적인 것보다는 그 사람의 눈빛, 기운이 먼저 들어온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기의 흐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신만의 기운이 있다. 심상이 중요하다는 것도 결국 내면의 상이 외면으로 확장돼 드러나는 것이다. 내면에 사랑과 존중과 친절과 감사가 가득한 사람의 기운은 분명 그렇지 않은 것과 다른 것이다.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가진 것이 내가 아닌 것처럼,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처럼, 외모도 가진 것이지 진짜 내가 아니란 걸 알아차리면 눈빛이라든지, 기운이, 분위기가 확연하게 들어온다. 분위기가 있다는 건, 실은 이목구비의 예쁨 혹은 잘생김과 별개다. 예쁘다는 말보단, 아름답다 혹은 분위기 있다, 기운이 있다.는 말이 지금은 훨씬 더 듣기 좋을만큼, 나이들어갈수록 화려함과 예쁨보단 나의 내면이 점철돼 외면으로 절로 확장돼 드러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나의 글 또한 나의 언어이겠고 나의 말투, 내가 사용하는 어휘, 목소리, 태도 역시 실은 나만의 기운과 분위기, 아우라를 만든다. 확실한 건 기운, 아우라, 분위기는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 갑작스레 생기지 않는다는 건데, 자기 자신과의 오랜 시간 그리고 때론 처절한 내면소통과정을 거친 사람, 질문하는 사람,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사람,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모든 것의 총체가 밀푀유처럼 켭켭이 쌓여 나의 외면으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란 생각이 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 수 있는 건 예뻐서 혹은 잘생겨서가 아니라 그 또는 그녀가 가진, 풍기는 기운이, 분위기가 아우라가 그 또는 그녀를 포함해 그 장소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마법인 것이다. 눈빛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친절하면서 때론 우수에 가득찬 눈, 눈빛을 바라볼 때면,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그 또는 그녀의 삶엔 어떤 고독과 내적고뇌와 슬픔, 상처, 아픔이 있었을까."하는 동질감 혹은 깊은 연민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나도 그들과 같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절로 드러나는 것이므로 분위기 있어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남녀 모두를 볼 때, 눈빛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눈빛의 맑음을 유지하는 일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도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은 지리멸렬한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직관적인 앎과 지혜의 결과다.


서른 후반의 나의 생기와 이십대 혹은 삼십대 젊은이들의 생기를 비교하기 보단, 누구에게나 그 시절이 있었고 누구에게나 생기발랄했던 젊음이 있었음을 받아들이고 주름없이 젊어보이려 노력하는 일보단, 나의 노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그보단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잘 먹고 잘자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나의 고독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친절하고 다정하면, 나의 내면은 늘 내게 아름다운 얼굴을, 어딜 가도 눈에 띄는, 희한하게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는, 그런 외면의 분위기를 선물한다.


어딜 가도 희한하게 눈길이 가는 사람,

어딜 가도 희한하게 눈에 확 띄는 사람,

어딜 가도 희한하게 사람들의 시선을 자주 느끼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자기 만의 기운, 아우라, 분위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결국 자기 기운이다. 분위기다. 아우라다.

아름다워 보인다는 건, 자기 기운이 있다는 것, 자기 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 자기 만의 아우라가 있다는 것과 같다.


눈빛이 깊은 사람은 매혹적이다.

자기 안의 점철된 무엇이 있을 것만 같은, 섹시함이란 자기 기운의 강함과 아우라, 분위기다.


눈빛의 순수와 맑음을 유지하는 것.

내 안에 사랑, 존중, 친절, 수용, 감사, 연민이 가득하면 된다.


내 기운을 강화하면 모든 것은 절로 드러나고 끌려온다는 생각이 있다.

결국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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