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삶의 의미가 있나? 왜 사는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이토록 괴로워하는가?... 꽤 오랜 시간 나의 화두였다. 이걸 그냥 지나쳐서는, 질문 없이는 결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쌓아온 지리멸렬한 시간들 그리고 awe의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이 모여 나의 고독.이 되었다.
유난히도 생각에 쉬이 침잠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기를 반복했던 나는, 생각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명확하게 알아차리고 난 후론 그것에 얽매이지도 깊이 빠져들지도 않는다. 빠져나오자.곧장 알아차린다.
나의 사색과 사유, 사유의 시선이 높아질수록, 깊어질수록, 영글어질수록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지금 껏 내가 배워온 것들이, 학습되어 온 것들이, 상식들이, 과연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맞는가? 옳은가?... 하는 생각이 있다. 모든 건 인간의 분별아니던가. 정치외교 국제관계사 전공 수업때 자유주의, 현실주의, 헨리 키신저의 the balance of power파트를 배울 때 nation, 국가라는 개념이 근대 19c에 만들어진 것이란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서양사를 좋아해 나름 서양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에 알고 있던 동서양 역사를 돌이켜보면 국가라고 할 만한 것이 나타난 게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니...
또 살면서 때론 나와의 치열한 대화를 통해, 자기 만의 번뇌와 고통, 괴로움, 불안, 두려움, 우울, 슬픔... 이런 것들을 겪고 난 뒤 절로 알아차리게 되는, 알게 되는 것들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질문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가? 실은 나 자신을 둘러싼 경계 모두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나는 그동안 의심해보았는가? 이토록 사유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날 가장 힘들게 한 건,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한 건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을까? 그 두려움이란 나의 집착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아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려움에 나아가지 못하고 망설이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두려움 없기.를 훈련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두려움이 찾아오면 호흡을 알아차리고 나는 이렇게 숨쉬고 있음을, 살아있음을, 그 자체로 빛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잠시동안이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Being모드에 있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 침착한 나.만이 남아있다.
"두려워하지마..." 나 자신에게 수시로 하는 말 중 하나다. 두려움이란 게 실체가 있는가? 두려움을 잡을 수 있는가? 실체 없음이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가? 두려움이 없는 상태에선 무엇이든 술술 잘 풀렸던 경험이 있다. 두려움이 없으면 그 의연함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여유가 되고 그 여유가 자기 만의 분위기, 아우라가 된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은데,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두려울 것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그 무엇이 두려울까?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정말이지 "그래!... 두려워할 거 없어! 까짓 거 뭐 해보는 거야!"하는 미친 자신감이 솟아 오르곤 한다. 나의 고독은 늘 그렇듯 고요하고 평안한 혼자만의 시간인데 그 고독 속에 피어나는 빛 한줄기가 생의 의지를 다지게 한다. 그래서 나의 고독이란 날 살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고독을 통해 내 안의 상처와 외로움, 슬픔, 괴로움, 아픔이 무엇이었는지 마주할 수 있었고 직면할 수 있었고 더는 피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독대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했다.
늘 그렇듯 무언갈 의식하거나 의도해 쓰는 글이 아니라서, 실은 나 자신이 가장 먼저 위로받기 위해 쓰는 글이라서,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서도 있겠지만, 늘 내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불씨 하나, 빛 하나를 가지고 써내려간다. 그래서인지 마침표를 찍고 나면 나의 글은 자기 자신, 내면, 나 자신이 되는 일, 불쑥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각과 감정, 무작위한 사유와 사색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다. 곧잘 지난 나의 글들을 읽어 내려가는데 여전히 위로받는 부분이 있다.
"두려워말라!. 어차피 죽는다!" 직설적인 것 같지만 실은 이토록 다정하고 친절할 수 없는 말이지 않은가. 죽음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더는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더는 얻을 것이 없다.는 마음을 장착하면 실은 천하무적이 된다는 걸, 나는 지리멸렬한 고독의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내 안에 세상이 있으니, 두려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